유명 수출기업 헤지대금 500억 정산못해 부실채권 리스트 등재
씨티·SC제일·신한은행 등 대지급 "부실채권 위험 증가"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Knock-In Knock-Out)로 환헤지를 했던 중소기업이 거래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은행이 대지급에 나서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중소기업이 지급하지 못한 거래금액은 두 은행에 무려 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단일제품 수출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면서 유명세를 탔던 H 중소기업이 키코에 손을 댔다가 지난 2분기 A은행과 B은행에 각각 400억원, 100억원 등 총 500억원의 키코 대금을 정산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소기업의 연 매출 규모는 770억원대여서 500억원에 달하는 환 손실 금액을 지급할 형편이 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은행들은 이 금액을 고스란히 대지급하고 H기업의 미지급금을 부실채권 리스트에 올렸다.
은행권은 H 중소기업의 거액 미지급 발생 외에도 적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오버헤지(매출액보다 많은 금액을 환 헤지)와 환율예측 실패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후 이를 정산하지 못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통화옵션 가입 후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은행은 이를 대신 지급한 후 대지급액을 대출로 전환 취급하거나, 만기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시장에서 반대거래를 하고 그 손실금을 대출로 전환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H 기업을 비롯해 몇몇 중소기업들이 `오버헤지`한 키코 손실을 지급하지 못했다"며 "한국씨티은행, SC제일은행, 신한은행 등에서 일부 중소기업들의 대지급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통화옵션 미지급금은 대출로 전환돼 상환하지 않거나 연체될 경우 은행의 손실로 돌아오게 된다"며 "어디로 불똥이 튈지 몰라 모두 쉬쉬하며 입을 다물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기업이 환 손실을 대출로 전환한 이후에도 갚지 않을 경우 이는 부실채권으로 취급되고 최종적으로 채무불이행시 은행이 손실을 떠안게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특히 11월께 키코 가입이 급증했던 만큼 1년 만기가 되는 올해 말까지는 키코 부실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