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중요산업을 지원해야 하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계열회사인 산은캐피탈이 발행한 사모사채를 장기간에 걸쳐 정상금리보다 약 절반 가량 낮은 금리로 지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퇴출 위기에 처해있는 산은캐피탈에 부당 지원을 한 것.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2006년 말 감사원의 제보를 통해 산은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며 산은에 시정명령과 함께 154억3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정조치는 국책은행이 계열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해 공정한 거래질서를 침해한 행위에 대한 최초의 제재이다.
산은캐피탈의 지분 99.92%를 보유하고 있는 산은은 지난 2004년 3월 30일~2005년 3월 18일 기간중 산은캐피탈이 발행한 사모사채(2년~3년 만기) 총 3500억원을 7회에 걸쳐 4.79%~5.86%의 낮은 금리로 인수했다.
산은 인수금리 4.79%~5.86%는 산은캐피탈이 신용등급 'BBB'인 점을 고려할 때 증권업협회의 기준수익률(7.98%~10.26%), 민간채권평가 3사의 평균기준수익률(7.32%~11.69%)보다 약 절반 가량 낮은 수준이다.
산은캐피탈이 지난 2003년 3월말 자기자본 -1102억원, 당기순손실 -2771억원으로 영업정지조치 등이 내려질 위기 상황에서 2~3년간 총 7회에 걸쳐 장기간으로 걸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게 된 것.
더구나 산은이 지원한 사모사채 인수규모(지원성거래규모) 3500억원은 산은캐피탈의 2004년 자본금 3108억원보다 큰 규모이며, 영업수익 2269억원의 1.5배에 이르는 규모이다.
이에 따라 산은캐피탈은 산은의 장기저리 자금지원이 이뤄진 2004년 12월 21일 회사채 신용등급이 종전 'BBB'에서 'BBB+'로 상향 평가됐다. 이후 2005년 6월 'A-', 2006년 3월 'A', 2007년 1월 'A+'로 신용등급이 뚜렷이 높아졌다.
또한 산은캐피탈은 2001년~2003년까지 3년 연속 적자이었던 상황에서 2004년 3월 14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발생시켜 완전한 흑자로 전환했다. 이후 2005년 3월 247억원, 2006년 3월 75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공정위는 "중요산업에 대한 시설자금 및 기술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주된 업무인 국책은행이 막대한 자금을 부실한 계열회사를 지원하는데 사용하는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산은은 2004년 계열사인 'BBB'등급인 대우증권의 사모사채를 산은캐피탈과 비슷한 저리로 20억원에 인수했지만, 공정위는 이는 정부의 정책에 의해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처벌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