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 앞둔 배려"…"촛불 관련 문책" 지적도
경찰내 '2인자' 자리로 통하는 서울지방경찰청장이 22일 전격 교체됨에 따라 경찰 안팎에서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한진희 서울청장은 올해 3월 치안정감으로 승진하면서 임명돼 5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경찰대 학장으로 옮기게 됐다.
당초에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께 치안정감급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고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경기 일산 초등생 납치미수 사건에 대한 경찰의 안이한 대응 등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었을 때도 치안정감급에 대한 인사조치는 없었다.
이 때문에 한 청장이 경찰대학장으로, 김석기 경찰청 차장이 서울청장으로, 임재식 경찰대학장이 경찰청 차장으로 가는 `삼각 이동'이 이 시점에 전격 단행된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측이 분분하다.
일단 본인과 경찰청의 공식 설명에 따르면 한 청장의 보직변경은 본인이 어청수 경찰청장에게 건의해서 이뤄진 것이다.
한 청장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두 달 이상 계속되면서 매일 밤샘 경비 지휘로 피로가 쌓였다며 보직 변경을 희망했다는 것이 경찰의 공식 설명이다.
경찰청은 이어 "한 청장이 1951년생(57세)으로 올해 말에 퇴임(관례적인 명예퇴직)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보직변경을 건의한 배경"이라고 밝혔다.
한 청장은 현재 치안정감급 이상 경찰 수뇌부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후임 서울경찰청장에 내정된 김석기 경찰청 차장은 1954년생(54세), 경찰청 차장으로 내정된 임재식 경찰대학장은 1955년생(53세), 유임된 김도식 경기경찰청장은 1952년생(56세)이며 치안총감인 어청수 경찰청장은 1955년생(53세)이다.
그러나 경찰 주변에서는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의 한 청장이 촛불집회 대응 과정에서 불상사를 우려해 유연한 대처를 중시하고 강경진압을 자제한 데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시각도 있다.
촛불집회 지도부가 조계사에 피신중이고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상황에서 서울경찰청장이 교체됨에 따라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의 태도가 강경 기조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관측에 대해 "문책성 인사는 결코 아니며 촛불집회 때문에 고생을 심하게 하다가 퇴임을 앞두고 휴식한다는 의미밖에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