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와 HSBC 간 외환은행 매매계약의 시한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계약 재연장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금융업계는 영국 정부의 측면 지원까지 받고 있는 HSBC가 먼저 계약을 파기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계약이 작년 9월초 이후 11개월이나 지속된 만큼 양 측이 연장에 합의하더라도 장기간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론스타가 전격적으로 계약 파기를 선언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 이르면 금주 내 연장 여부 결정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론스타와 HSBC는 최근 계약 기간 재연장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협상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와 HSBC는 작년 9월3일 외환은행 지분 51.02% 매각 계약에 합의했지만 시한인 올해 4월 말까지 금융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하자 계약을 석 달 연장했다. 양 측은 당시 계약을 2개월만 연장한 뒤 7월초 1개월 추가 연장 여부를 검토하고, 금융위의 승인이 있을 경우 승인일로부터 2개월 자동 연장키로 하는 `2-1-2' 조건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측이 계약 연장 후 두 달이 지난 이달 1~7일 사이 계약을 파기하지 않은 것은 지난 달 24일 2심 법원이 론스타의 외환카드 허위감자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금융위의 승인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금융위가 2심 판결 이후로도 법적 불투명성을 들어 HSBC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승인 심사를 보류하고 있어 2개월 자동 연장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양 측은 지난 4월 계약을 파기하기로 결정한 경우 1주일 전에 상대방에 통보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 쪽이 내달 초 계약을 파기하기로 결정할 경우 이르면 25일 쯤 상대방에 통보할 가능성이 있다.
◇ 론스타의 결정 관건
금융업계는 HSBC가 먼저 계약 파기를 선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HSBC는 지난 23일 외환은행 인수 이후 외환은행의 행명과 상장, 고용, 해외지점망 유지는 물론 이사회의 독립성 보장과 미국내 영업망 재건, 국내 선두은행 수준의 보상 및 복지, 경영진 승진 기회 부여 등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하면서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외환은행 노조와 합의서를 작성한 지 한 달도 안돼 계약을 파기할 경우 위장 합의라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과거 제일, 서울은행 인수 전 때처럼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HSBC의 원만한 외환은행 인수를 기대하는 서신을 보내는 등 영국 정부의 측면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발을 뺄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그러나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 회수 요구에 시달리고 있는 론스타는 11개월이나 끌어 온 계약을 추가 연장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은 지난 3일 "론스타와 HSBC가 투자자와 주주들로부터 투자금 회수 등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지분 매각이 지연될 경우 블록세일도 론스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또 론스타와의 면담 직후인 11일에도 "론스타는 금융감독당국의 별다른 신호가 없다면 투자자들에게 계속 기다려 달라고 설득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론스타의 처지를 전했다.
이에 따라 금융업계는 론스타가 계약 연장에 동의하더라도 기한이 두 달을 넘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조만간 계약 파기를 선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HSBC와 계약을 파기한 뒤 외환은행 지분의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국민은행 등과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공개매수에는 HSBC도 참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론스타로서는 경쟁을 통해 외환은행 지분 가격을 높일 수도 있다.
매각에 정통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HSBC는 계약을 파기하지 않고 금융위의 승인을 기다리기로 결정했지만 계약 파기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론스타는 이르면 이번 주 중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꽃놀이 패를 쥔 론스타가 계약 연장을 원치 않을 경우 HSBC도 외환은행 대신 리먼브라더스 등 해외 인수.합병(M&A) 시장으로 눈길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