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연합전략 통해 亞 최대펀드사 목표"
증권가 "세계경영 원조 '김우중 실패' 교훈 삼아야"
지난해 말 국내외 펀드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펀드가 악전고투하는 상황에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주창한 `칭기즈칸 경영론'이 증권가의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박 회장이 최근 세계적인 경제 전문 통신사인 블룸버그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래에셋은 칭기즈칸의 전략을 본떠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시장에서 논란이 분분해지고 있다.
박 회장은 인터뷰에서 "한국인만으로 세계시장으로 확대하기는 어렵다. 동맹군을 찾아야 한다. 인구 100만명이 채 안 된 몽골족이 150년 간 2억명의 세계 인구를 지배한 '연합전략'이 벤치마킹 대상이다"라고 나름대로 `칭기즈칸 경영론'을 펼쳤다.
그는 "글로벌 경제의 동력이 미국과 유럽에서 이머징 마켓으로 옮겨 갔다"며 이머징 마켓에 특화한 아시아 최대 펀드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칭기즈칸 경영론'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신선하고 도전적인 발상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머징 마켓에 치중한 성장 위주의 전략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특히 `칭기즈칸 경영론'의 원조격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지 않고 해외시장으로 무모하게 뛰어들 경우 심각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음도 들린다.
1990년대 초반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의 세계경영 청사진을 발표하면서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은 물론 동남아, 중동, 러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세계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당시 국내외 언론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은 `킴기즈칸'이었다.
`대우의 일터에는 해가 지지 않는다'는 야심찬 광고 카피를 내걸었던 대우그룹은 한때 매출 62조원에 국내 계열사 41개, 해외 법인 396개를 거느려 세계경영의 야심을 실현하는 듯했다.
하지만 해외시장 위주의 지나친 확장 전략은 끝내 그의 발목을 잡았다.
1997년말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차입 위주로 자금을 동원했던 그의 성장 전략은 고금리로 인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 부담과 해외시장의 수요 감소라는 암초에 부딪쳤고 끝내 그룹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증권가에서는 박 회장이 자신과 여러 모로 닮은 김 전 회장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칭기즈칸 경영론'의 성공 확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두 사람은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출발해 초단기간에 굴지의 그룹을 일궈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1967년 단독 500만원으로 세운 대우실업을 32년 만에 재계 2위로 끌어올려 `김우중 신화'를 만든 것처럼 박 회장도 20년 전 평범한 증권맨으로 출발해 국내 최고의 금융그룹을 건설한 것.
현재 증권, 자산운용, 생명보험 등 14개 계열사로 이뤄진 미래에셋그룹이 관리하는 고객자산은 무려 133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해외시장 위주의 성장 전략마저 닮은꼴을 보이는 점은 걱정스럽다고 일각에서는 우려한다.
1990년대에 다른 기업이 거의 진출하지 않았던 베트남,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 대우그룹이 공격적으로 진출한 것처럼 미래에셋이 중국, 인도 등 이머징 마켓 진출에 앞장서고 있는 점은 자칫 화근이 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작년 말 인사이트 펀드 출시로 절정에 달했던 미래에셋의 해외 진출은 올해 들어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비롯된 전 세계 금융경색으로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 증시가 폭락하면서 인사이트 펀드 등 미래에셋의 해외 펀드의 수익률이 곤두박질쳤고, 대다수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이다.
급속도의 성장 가도를 달릴 때는 높은 수익률을 올리지만 경기가 둔화하거나 불황에 빠질 때는 선진국보다 훨씬 큰 하락폭을 보이는 것이 이머징 마켓 금융시장의 특성이라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는 것이 자산운용업계의 중론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적극적인 해외 진출로 국내 펀드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은 평가할만하지만 일부 지역에 지나치게 편중했던 것은 분명한 문제점이었다. 급변하는 세계 금융시장에 잘 대처하려면 투자지역 다양화와 위험관리수단 확충이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