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주주총회 결의 없이는 안돼"
주주총회 결의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퇴임을 앞둔 대표이사에게 고액의 위로금이나 인상된 퇴직금을 주기로 했다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배광국 부장판사)는 모 보험사 대표이사였던 양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 및 퇴직위로금 5억7천여만원을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양씨는 2006년 1월말 회사의 최대주주가 변경돼 3월초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회사 이사회는 최대주주 변경을 앞둔 2005년 12월 중순 기본급을 기준으로 산정돼온 임원 퇴직금을 상여금 등을 포함한 기준으로 계산하기로 결의하고 특별한 공로가 있는 임원에게는 별도의 퇴직위로금을 줄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이어 양씨가 사임하기 직전인 2006년 2월 중순 양씨에 대해 잔여임기의 임금 및 1년치 임금을 퇴직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결의했다.
양씨가 사임한 다음날 이사회는 그러나 앞서의 결의를 모두 취소했고 주주총회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양씨는 잠시 개정됐던 규정에 따라 퇴직금 2억4천여만원과 퇴직위로금 4억3천여만원을 받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퇴직금 9천여만원밖에 받지 못했다며 5억7천여만원을 더 내놓으라고 소송을 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법은 주총 결의로 이사의 보수를 정하도록 하고 있어 퇴직금을 이사회 결의로 정하도록 한 양씨 회사의 정관은 무효"라면서 "퇴직금 액수의 결정을 이사회에 무조건 위임해 이사회가 주주로부터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고 이사의 퇴직금 및 위로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상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또 "양씨가 대표로 재직할 때 회사 경영이 어려웠는데도 이사회가 퇴임을 앞둔 양씨에게 종전의 2배 이상인 퇴직금을 주도록 하고 대표 재직 중 지급받은 보수 총액에 달하는 고액의 퇴직위로금을 주도록 결의한 것은 회사의 자본 충실을 지나치게 해하는 것이라 무효"라고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