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표 도입…납세자 불평·불만 가중 될 것"
세무사회, 보수표 도입 절실…논의는 아직(?)
기장료 덤핑 및 과다한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기장수수료와 관련한 적정 수준의 '보수기준표'를 마련해야 한다는 세무사 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등록회원수 증가로 경쟁이 격화되면서 개별 세무사마다 좀 더 많은 수임업체를 확보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낮은 기장수수료를 제시하는 등 '출혈경쟁' 양상을 보이면서 세무사 업계 전체에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인식이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많은 세무사들은 "기장료 덤핑 및 과다경쟁 등을 차단할 수 있는 대안으로 보수기준표를 도입, 모든 세무사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세무사회가 지난 1999년 일종의 '담합'으로 규정돼 전면 폐지됐던 보수기준표를 새롭게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수기준표 제정에 대한 논란이 세무사 업계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많은 세무사들이 보수기준표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에 못지 않게 반대의 목소리도 뚜렷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를 둘러싼 논란이 시간이 지날수록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보수기준표' 제정 움직임, 현재 상황은?= 세무사 업계는 보수기준표 제정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업계 전반적인 상황을 놓고 볼 때 보수기준표 제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한국세무사회는 기장수수료 덤핑에 따른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 보수기준표 도입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의견을 수렴, 보수기준표 제정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논의는 본격적으로 진행된 상황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드러내놓고 추진하기에는 문제의 복잡성이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특히 업계 내부의 반대여론도 무시할 수 없고 납세자 단체나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반발을 살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해마다 수 백명의 신규 세무사들이 배출됨에 따라 업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턱없이 낮은 수임료 때문에 세무사간 출혈경쟁이 극에 치닫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전반적인 업계 분위기는 보수기준표를 도입해 세무사간 공정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반대여론도 많다"며 "회 차원에서도 이를 (보수기준표 도입을)긍정적으로 생각하고는 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대안은 마련해 놓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본회 차원은 아니지만 지회를 중심으로 보수기준표 도입에 대한 '공론화' 작업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방세무사회장 선거공약으로 보수기준표 도입을 내세웠던 이창규 서울지방세무사회장은 서울회원들을 중심으로 공론화 작업에 착수할 계획.
이 회장은 이와 관련해 "내달 25일과 26일 이틀간에 걸쳐 서울협의회 회장들과 서울회원 등 약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워크샵을 개최해 보수기준표 도입을 위한 분임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보수기준표 재도입, 왜 나왔나?= 과거에는 세무사 뿐 아니라 변호사, 공인회계사, 관세사 등 다른 전문직 자격사들도 나름대로 보수기준표를 정해왔다. 그러나 1999년 전반적인 시장경쟁의 촉진을 위해 만든 '카르텔 일괄정리법'이 시행되면서 모두 폐지됐다.
세무사 업계를 중심으로 보수기준표 재도입 논의가 제기된 근본적 이유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개업세무사 수 때문. 지난 1996년만해도 3500여명 정도였던 회원수가 2004년 6700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현재는 8500명에 달하고 있다.
향후 2, 3년 내에는 전국의 세무사 숫자가 1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추산. 결과적으로 '수요'는 한정되어 있는데 '공급'이 크게 늘어나면서 기장수수료 덤핑 등 출혈경쟁이 격화돼 업계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무사 업계는 제살 뜯어먹기식 경쟁을 차단하고 모든 세무사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기 위해서는 보수기준표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 세무사는 "지난 10년 전과 비교할 때 물가 및 임금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반면 기장수수료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며 "이는 세무사들 각자가 고객유치를 위해 기장료를 턱없이 낮추는 등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인한 단적인 폐해"라고 지적했다.
이 세무사는 "이 같은 상황을 종식시킴과 동시에 세무사간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보수기준표를 마련, 업계 질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세무사는 "보수기준표가 마련되더라도 이를 지키지 않는 세무사도 있을 수 있다"며 "이를 단지 권장차원에서 그칠게 아니라 협회차원에서 제재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능력에 따른 수익 보장돼야…아직은 '시기상조'= 보수기준표 찬성의 목소리가 높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개별 세무사마다 각기 다른 '영업방식'을 인정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보수기준표를 제시할 경우 납세자 불평·불만을 가중시키고 세무대리 서비스의 질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실상 기장수수료 '최저한'을 못박아 놓음으로써 납세자 단체 또는 시민단체들로부터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공정한 가격경쟁을 위해 보수기준표를 마련하더라도 일부에서 또 다시 고객유치를 위해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며 보수기준표 도입 자체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는 "세무사마다 각기 다른 영업 노하우와 고객을 유치하는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보수기준표를 통해 옭아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세무사는 이어 "보수기준표가 마련될 경우 세무사들은 더 이상 경쟁하지 않아서 좋겠지만 경쟁이 없는 업계에서 과연 세무사들은 납세자에게 얼만큼 친절할 수 있겠느냐"며 "결국 보수기준표 도입은 납세자 불만을 증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세무사는 "과당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측면에서 보수기준표 도입은 절실한 것이 사실이지만 보수기준표가 도입되더라도 고객 유치를 위해 낮은 가격을 암암리에 제시하는 세무사는 있을 것"이라며 "그럴 경우 선의의 피해자(세무사)만 더 양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세무사는 "보수기준표를 도입할 경우 8500여명에 달하는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공인회계사회 등 유관단체와의 업무협조도 강구해야 하는 등 해결할 문제가 많다"며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