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이용섭, 오제세, 백재현 의원 등 당내 조세전문가들 작품
"정부·여당의 각종 감세안 철회해야 20조원 세수감 보전"
물가잡기와 민생안정을 위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감세안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민주당이 부가가치세율을 5%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행 10%의 부가세율을 5%로 내리는 무려 50% 인하라는 파격적인 방안이다. 특히 연 40조원에 달하는 부가세수를 감안하면 약 20조원의 세수감소가 발생할 수 있는 단일세목으로는 파격적인 대형 감세안이다.
김진표 민주당 최고의원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 직후 브리핑을 통해 "고물가에 따라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영세서민의 고통을 덜기 위한 방법으로 부가가치세율을 5%로 내리는 방안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갖고 토론했다"고 밝혔다.
김 최고의원은 "여러 가지 찬반의견이 있었고, 워낙 재정에 미치는 영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정책이기 때문에 좀더 많은 당내 의원들이 참여하는 회의에서 다시 한번 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며 "한나라당과 정부가 제출한 부자들을 위한 감세법안을 철회한다면 세수감소 부분은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논의하고 있는 부가세 10%→5% 인하방안은 오는 10월1일부터 2009년 12월 31일까지만 적용하는 한시적 방안으로 2010년에 8%로, 2011년에는 다시 10%로 순차적으로 세율을 환원한다는 계획이다.
한번 내린 세율을 올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금년도 세제개편안에서부터 세율의 원상회복을 명시한다는 전제가 깔렸다.
아울러 약 20조원에 달하는 세수감소분을 해결하기 위해 한나라당의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금경감법안을 철회하고, 정부가 제출한 법인세 경감대책 중 중소기업 최저한세율 인하 외에는 모두 유보하는 등 새 정부 감세방안의 상당수를 유보하는 방안을 내 놨다.
부가세를 인하해 물가를 잡은 후에 부가세율을 원상회복시키면 그때 다른 감세안을 적용해도 된다는 것.
또한 근로소득세 경감방안도 'EITC 지원확대' 및 '무주택자의 전월세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조치 이외에는 모두 유보하고, 정부가 이미 발표한 '고유가 대책' 10조5000억원과 2008년 추경예산안 4조9000억원도 부가세 인하에 따른 세수감소분의 보전을 위해 전면 철회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부가세 인하에 따른 전반적인 가격하락요인은 약 4.5%로 내다 봤다. 제품 및 서비스 생산에 소요되는 생산요소들의 원가에 포함돼 있는 부가세의 상당액의 절반만큼 가격인하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들에게도 부가가치세 납부에 따른 자금운용상의 부담경감으로 작년기준 부가세 납세자 449만명에게 평균 연간 450만원의 세부담 경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민주당은 전망했다.
김 최고위원은 "부가세율 인하는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어려운 기업과 법인세 납부대상이 아닌 소기업 및 영세자영업자까지 직접적인 혜택을 광범위하게 제공하는 정책"이라며 "한시적인 조치로 세입기반의 잠식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그러나 "전반적 토론 과정에서 찬성하는 의원들도 많았지만 우려하는 의원들도 많았다"며 "세수감소에 대한 우려가 많았고, 나중에 세율을 환원하려고 할 때 발생하는 조세저항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우려와 복잡한 국내 유통 여건상 부가세율을 인하한다고 해서 계산대로 실제 물가가 내려갈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대책은 김 최고위원을 포함해 이용섭, 오제세, 백재현 의원 등 민주당내 경제전문가들이 별도의 TF를 만들어 머리를 맞대고 이끌어 낸 의견이다.
정부 여당의 감세안 상당부분의 철회가 전제됐다는 점, 또 한시적인 조치로 장기적으로는 세율을 원상회복한다는 점에서 결코 쉽지 않는 정책이다. 앞으로 당내에서도 상당한 이견이 오갈 전망이다.
김 최고위원은 "좀더 폭넓게 검토하기 위해 강봉균 의원 등 당내 경제전문가들을 포함해 다시 충분히 논의해서 정기국회 시작전에 당의 확실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