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공-토공 부채 등 재무처리 문제
업무조정, 인력감축, 국책사업, 조직문화 통합 등 쟁점
정부가 지난 11일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를 통폐합하기로 공식 발표함에 따라 앞으로 두 기관의 통폐합 작업이 속도를 낼 지 관심이다.
두 기관이 통폐합돼 정상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부채 문제, 인력 구조조정, 역할 분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쟁점① 주공·토공 부채 어떻게 처리할까?
주공·토공 통폐합 과정에서 불거질 쟁점 가운데 우선적으로 꼽히는 대목이 재무 건전성이다. 주공과 토공이 단순 합쳐질 경우 재무상태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은 84조3828억원, 부채 66조9089억원, 연매출 13조1805억원이 된다.
하지만 토공은 주공의 국민주택기금, 사채발행 이자가 갈수록 높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내년 말이면 통합공사의 부채가 100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부채 중 금융부채의 경우 내년 말이면 63조원, 2012년 말이 되면 1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며 이로 인해 이자보상배율이 2011년 이후에는 1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토공은 밝히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은 이자지급 전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발생하는 영업이익으로 금융부채를 갚아나갈 수 있는가를 따지는 것이다. 100원을 벌어들여 100원을 이자로 줄 경우 1이되며, 1미만이면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분류된다.
반면 자산 재평가 등의 작업이 진행될 경우엔 오히려 부채가 축소되는 등 자산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주공의 주장이다.
주공 부채는 작년말 기준으로 국민주택기금(국민임대주택, 공공임대, 매입임대 건설 및 매입비용) 차입금 17조원, 사채 13조원, 임대보증금 9조원 등 총 39조원이다. 이중 금융부채는 약 10조원이다. 주공의 작년말 부채비율은 357% 선이다. 하지만 주택공사는 국민임대아파트, 공공임대 등 자산 재평가가 이뤄질 경우 자산 평가액이 올라 실제 부채비율은 300% 안팎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공과 토공의 부채는 어떤 식으로 해결될까. 새 법인 형태로 통합한 후 2개 사업부로 나눌 경우 두 기관의 부채와 자산을 모두 신설 법인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후 통합공사는 부채 감소를 위해 양 공사의 중복 자산을 매각하고, 10년 공공임대나 임대산업단지 등을 유동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통합공사 자본금은 주택공사(11조1693억원), 토지공사(6조3046억원)을 합한 약 18조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채권 및 사채 발행 규모는 자본금의 2~4배가 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쟁점② 주공·토공 업무조정 어떻게 진행되나
구체적인 업무조정이나 인력 감축 방안 등은 향후 논의를 거쳐 확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 두 기관에 공통으로 있는 부서와 택지개발업무 부서의 인력감축은 불가피하다.
이 중 대표적인 중복 부서가 택지개발업무다. 정부는 택지개발업무를 일원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원화된 택지개발업무를 어느 사업부에 둘지는 미지수다.
중복 업무 조정 외에 두 기관이 담당했던 고유 업무의 조정도 예상된다. 토지공사는 산업단지 개발, 경제자유구역 개발, 남북 경협사업, 토지비축사업, 행정중심 복합도시 등을 고유 업무로 하고 있다. 주택공사는 분양주택 및 임대주택사업, 주택관리, 노후주택개량 등이 주 업무다.
통합 이후 주택공사가 맡아온 아파트 분양사업 중 중대형 사업은 민간과 겹쳐 손을 뗄 가능성이 크다. 토지공사의 업무였던 신도시 택지개발에도 민간 참여가 허용되면서 상당부분 조정될 전망이다.
◇쟁점③ 인력 구조조정 어떻게 진행될까
인력 구조조정 역시 중요한 쟁점 중 하나다. 중복업무 단일화, 일부기능 민간이전 등이 추진되면 인력 감축은 불가피하다.
예컨대 택지개발업무와 관련해 주공은 797명이 종사하고 있고, 토공은 1271명이 참여하고 있다. 업무가 단일화되면 이들 인력 중 상당부분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인력조정과 관련해선 직원의 고용을 최대한 보장한 상태에서 자연 퇴직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잉여 인력을 해소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현재 주택공사는 4300여명, 토지공사는 2900여명에 이른다. 정부 일각에선 주공과 토공이 통폐합될 경우 25~30% 정도의 인력 감축을 예상하고 있다.
◇쟁점④ 국책사업 어떻게 될까
양 기관이 수행 중인 각종 국책사업이 어떤 식으로 재편될지도 관심사다. 현재 토지공사는 택지사업과 별개로 대형 국책사업인 경제자유구역사업, 혁신도시사업, 산업단지 조성사업 등과 새만금사업, 개성공단조성사업을 맡고 있다. 주택공사 역시 국민임대주택사업 등 국책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들 사업은 양 기관의 고유 업무이면서 정부의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비수익 사업이다. 통합공사는 두 기관의 비수익사업과 함께 막대한 부채도 떠안고 가야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재정 투입 없이는 이들 두 기관의 고유업무인 국민임대주택사업이나 토지은행사업 등을 추진하기가 곤란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통합공사가 국책사업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복안을 출범 전에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조직간 갈등을 어떻게 치유하느냐도 고민거리다. 주공은 통합에 적극적이었던 반면 토공은 반대입장을 명확히 밝히면서 두 기관간 감정의 골이 깊어졌는데 이를 털고 하나의 기관으로 탄생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