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 직원을 위해 휴일 또는 야근 때 식대나 간식비용으로 지출한 비용 등이 '약정'에 따른 것이라면 '접대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12일 IT기업 S사가 "협력업체 직원들을 위한 식사비 등을 접대비로 보고 세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남대문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S사는 지난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수백여 협력업체와 시스템 개발업무 등을 공동으로 작업하며 식사비 등으로 43억여 원을 지출했고 이 돈을 업무수행경비, 프로젝트 회의비 등 명목으로 해당 사업연도 손금에 산입했다.
그러나 남대문세무서는 이 경비가 S사가 지급할 의무가 없는데도 원활한 업무추진을 위해 쓴 접대비에 해당한다고 판단, 접대비 한도액을 초과하는 금액 산정 등을 통해 S사에 법인세 44억여원을 결정·고지했다.
S사는 이에 불복, 국세청에 심사청구를 냈으나 기각 당하자 사건을 법원으로 끌고 갔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계약서 상으로 원고가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야근 식대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점이 명시되지 않았고, 지출 여부나 지출 금액의 결정도 사실상 원고에게 일임돼 있었다"며 "이는 업무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사용된 접대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1심·2심과는 달리 "원고와 협력업체 사이에 경비 지출에 관한 사전약정이 있었고 원고회사의 직원들과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지출된 금액을 구분할 수 없는 점 등을 보면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 비용으로 봐야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법인이 사업을 위해 지출한 비용의 상대방이 사업 관련자이고 지출 목적이 접대 등에 의해 사업관계자들과 친목을 두텁게 함으로써 거래관계의 원활한 진행을 도모하기 위한 것은 접대비라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섣불리 접대비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