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만 매기고 고발하지 않은 담합 사건에 대해 검찰이 별도로 수사를 벌여 관련자들을 처음으로 형사처벌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황철규 부장검사)는 18일 시각장애인용 음성안내장치 입찰에 참여하며 투찰가를 서로 맞춘 혐의(입찰방해)로 H사와 A사 등 4개 업체 대표 또는 임원 4명을 벌금 100만∼4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음성유도기라고도 불리는 음성안내장치는 전철, 관공서 등에 설치돼 열쇠고리 모양의 소형 리모컨을 갖고 있는 시각장애인이 일정 거리 안에 들어오면 전파로 이를 인식해 "이곳은 ○○입니다"는 식으로 장소를 안내하는 것으로 작년 말을 기준으로 서울에만 5천474개가 설치됐다.
검찰에 따르면 H사 대표 등 4명은 2005년 8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음성안내장치를 발주하자 직접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하며 입찰에 응하는 투찰가를 미리 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사전 협의를 통해 A사가 4개 회사 가운데 가장 낮은 9천970만원을 적어 내 낙찰을 받게 하고 이후 발주될 사업권을 돌아가며 밀어주기로 약속했지만 H사가 이를 어기고 9천200만원을 적어내 납품권을 따 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자체 조사를 거쳐 2006년 6월 A사 등 3개 업체에 300만∼400만원씩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사안이 비교적 가볍다고 보고 관련자들을 따로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또 실제 낙찰을 받은 H사의 경우 "담합 제안을 받긴 했지만 최종적으로 이를 승낙하지 않았다"는 소명을 수용해 무혐의 결정하고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검찰은 최근 독자적으로 이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 H사가 경쟁사들이 제시한 가격보다 조금 낮은 금액으로 낙찰받은 사실을 밝혀내는 한편 4개사 관계자들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 등을 바탕으로 H사도 담합에 가담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위가 독점 조사를 통해 과징금 처분을 하고 고발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 검찰이 자체 수사를 벌여 기소한 첫 사례"라며 "비록 이번 사건의 담합 액수는 크지 않지만 이후 유사한 행위를 예방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