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세무서장으로 임명이 가능한 복수직 서기관을 무려 39명까지 승진시켰던 지난달 27일까지만 해도 "뭔가 대책을 세워놓고 단행된 인사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연말이 다가올수록 '인사숨통'이 트일 것 같은 조짐이 도무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국세청에 축적된 복수직 서기관들의 규모는 지난달 승진자를 포함하면 110명을 훌쩍 넘어서고 있습니다. 전국 107개 세무서장을 모두 갈아치워도 오히려 서장후보가 남는 기이한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세청은 관행적으로 고참 세무서장들을 중심으로 연말 명퇴자를 신청받고 있으나 그 실적이 초라하다고 합니다.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있기는 하지만 현재 서울시내 세무서장 중에서 고작 1명만 손을 들었다는 소식입니다.
작년 말 취임한 한상률 국세청장은 "인재를 아껴야 한다"며 정년보다 2년 앞당겨 국세청을 떠나는 (강제)명예퇴직제도를 사실상 운영하지 않겠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국세청 사람들은 이와 관련 한 청장이 이 말을 할 당시만 해도 12개정도의 세무서 확대가 예정되는 등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늘어나는 세무서에 복수직 서기관을 채워 넣으면 어느 정도 인사숨통을 틔워 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세무서 신설이 물 건너가고 거기에 과거 관행대로라면 명예퇴직을 했어야 할 50년 생 간부들이 국세청에 넘쳐나다 보니 새싹들이 위로 줄기를 키워야 할 공간은 전혀 없어진 상황입니다.
50년 생인 국세청 간부들은 현재 국세청 본청 3명과 서울국세청 12명만 합쳐도 15명이나 됩니다. 거기에 중부국세청과 나머지 지방청을 합치면 그 숫자가 상당합니다.
물론 50년 생 간부들 중에는 출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명예퇴직을 앞두고 세무서장을 지내며 앞날을 예비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본청 과장으로 남아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아직까지 본청에 남아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인사숨통이 더 막히게 됐다는 이야기도 여기저기서 나옵니다.
본청 과장에서 명예퇴직을 할 리 없고 이들이 곧 서울시내 요처의 세무서장을 지내다 나가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보면, 50년 생 간부들의 입장에서는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거죠.
한상률 국세청장이 성과와 연계해서 세무서장 보직을 결정하겠다고 하지만, 흠집을 남기지 않고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는 고참 서장들의 성과는 오히려 젊은 서장들보다 낫다고 합니다.
국세청 사람들은 연말 명예퇴직 없이 이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복수직 서기관이지만 고참축에 드는 사람들은 '평생의 꿈'인 세무서장 명찰한번 가슴에 달지 못하고 그대로 국세청을 떠나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들은 한 청장이 뭔가 특단의 결심을 내려줄 것을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