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의 불법 리베이트 문제가 다시 불거진 가운데 과징금을 부과받은 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같은 내용에 대해 상반된 법원 판결이 나와 업계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2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20일 유한양행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서울고법은 리베이트를 지급한 병원에서 발생한 매출이 아닌 해당 제품 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한 것과 불법행위 지속 기간도 조사 시점까지로 잡은 것은 위법하므로 과징금 부과명령을 취소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유한양행에 대한 "과징금납부명령은 어느 모로 보나 위법하다"는 게 법원의 결론이었다.
하지만 불과 2주 전인 지난 7일 서울고법 행정6부는 동아제약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같은 취지의 소송에 대해서는 과징금납부명령이 위법하지 않다고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당시 서울고법은 "리베이트 제공 행위는 경쟁 사업자의 고객을 유인할 가능성이 있고, 본사 차원에서 부당한 영업활동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는데도 구체적 행위와 직접 관련되는 매출만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정한다면 과징금제의 본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며 "모든 거래처에 대한 매출액을 근거로 액수를 산정한 것도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즉 리베이트를 준 것으로 확인된 병의원에서 팔린 약만을 기준으로 하느냐, 개별 지원이 1회성이고 단기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것이냐에 대해 서울고법이 상반된 해석을 내린 것이다.
같은 사안에 대해 한 법원이 상반된 판결을 내리자 제약업계는 "기관마다, 또 판사마다 해석이 다르니 혼란스럽다" 는 반응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상소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한미약품 소송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공정위 역시 과징금을 재산정할지 아니면 판결에 불복할지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관련 매출의 범위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잡은 것은 아니었다"며 "서울고법 내에서도 판단이 엇갈린 점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