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26일 대선이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에 검찰 수장이 된 이래 BBK사건에서부터 대선ㆍ총선수사, 삼성 떡값논란, 촛불정국 및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배임사건에 이르기까지 가쁜 숨을 몰아쉰 끝에 반환점을 돌게 된 것이다.
한때는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임기가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측이 엇갈렸으나 이제는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고, 이변이 없다면 2년 임기를 채우는 것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23일 현재 검찰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임 총장은 취임도 하기 전 삼성그룹이 비자금을 조성해 관리한 `떡값 검사'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올해 4월17일 특검팀이 오명을 벗겨줄 때까지 나름대로 힘들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러나 그렇게 보냈던 `인고의 세월'은 오히려 `보약'이 됐다.
지난달 대검 국정감사에서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또다시 `떡값 의혹'을 거론하자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국감장 밖에서 말하라"고 강하게 받아칠 수 있었던 것도 특검이라는 혹독한 검증을 거치며 명예와 자존심을 회복한 덕분이었다.
수사와 관련해 임 총장은 `원칙과 정도' `절제와 품격'을 입버릇처럼 강조했고, `강한 검찰'보다는 `바른 검찰'을 추구했다.
그는 BBK사건이나 촛불 네티즌 수사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마다 검찰 간부들을 한 자리에 모은 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참석자의 의견을 끝까지 청취하는 방식으로 조직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또 절제되고 품격있는 수사시스템을 정립하겠다며 수사전범(典範.매뉴얼)과 압수수색 지침 마련을 추진하는 한편 `경제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에도 어느 정도 보조를 맞췄다.
기업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할 경우 최소한의 증거물만 확보하고, 그렇게 챙긴 압수물도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돌려주라고 지시한 것.
이런 모습 때문인지 임 총장은 `임걱정'이라는 별명도 갖게 됐다.
매사에 심사숙고하는 그의 스타일에 `좌고우면 한다' `정치권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도 있었는가 하면 조직 내부에서도 `절제만 강조하다보니 수사력이 약화됐다' `강한 리더십의 부재' 등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전국 검찰이 지난 봄부터 공기업ㆍ국가보조금 비리 및 옛 정권 실세들의 연루의혹이 제기된 권력형 비리를 집중 수사했으나 과거처럼 `게이트'로 불릴만한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비판과 불만에도 불구하고 임 총장은 현재의 지휘방향이 맞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으며 앞으로도 기존의 방향을 고수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수사력 약화' 문제를 제도적으로 극복하겠다며 검찰 구성원의 전문성과 과학수사 역량 강화, 플리바게닝(형량협상), 참고인 구인제 등 형사사법제도 개선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앞서 지난 2월에는 결재만 하는 검사보다 일하는 검사의 수를 늘리겠다며 부장(58명)과 부부장 검사(50명) 승진을 동결시키기도 했다.
임 총장이 1년 전 취임사에서 "떠나는 날, 당당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묵묵히 수행하면서 1년 뒤 같은 자리에서 명예로운 퇴임식을 맞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988년 검찰총장 2년 임기제가 도입된 뒤 취임한 14명의 총장 중 불과 6명만 임기를 채웠고 특히 정권교체기에 임기를 채운 총장은 한명도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