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원, "직불금-농지 경작 절대 판단기준 아니다"
도로변에 위치해 농사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는 땅을 두고 쌀 직불금을 탔다는 이유로 양도소득세를 감면 받으려던 납세자가 과세당국의 레이더망에 포착, 세금을 고스란히 납부하게 됐다.
놀라운 사실은 이 납세자가 사업체를 세 개나 운영하는 '사장님'이었다는 것. 최근 일부 부유층과 고위관료 등의 쌀 직불금 부당수령 문제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세심판원은 26일 "논농업직불보조금(쌀 직불금) 수령이 농지를 자경했다는 절대적인 판단기준이 아니다"라며 이 납세자가(이하 A씨)가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과세불복 심판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심판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5년 6월 5404m²크기의 토지를 취득해 지난해 9월 지역농협에 양도한 뒤, 양도가액 17억8100만원과 취득가액 11억9300만원, 필요경비 1억1900만원을 산정해 계산된 과세표준에 일반세율 36%를 적용, 양도세 1억4000만원을 신고·납부했다.
A씨가 당당하게 일반세율을 적용해 양도세를 신고한 것은 마을이장의 경작자 확인까지 거쳐 수령한 논농업직불보조금이 있었기 때문.
그러나 국세청은 회사를 3개나 운영하는 대표자를 전업농민으로 볼 수 없고 토지를 보유할 때 농업경영을 하지 않았고, 이 토지가 농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농사를 실제 지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 이를 비사업용 토지로 보고 양도세를 중과세(60%) 했다.
이에 A씨는 즉각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A씨는 단지 회사의 대표자라는 사실만으로 경작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부당하며 논농업직불보조금을 수령했기 때문에 직접 경작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논농업직불보조금은 실제 부당하게 지급되어 환수되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직불보조금을 수령했다 해서 이를 자경한 것으로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맞불을 놨다.
조세심판원은 국세청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의 심판청구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렸다.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현지 확인 결과 쟁점토지는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고, 취득시에는 농사용 단독하우스가 있었고, 이후 2007년 1월 복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심판원은 "복토로 인해 돌밭이 되어 농사가 사실상 불가능했고, 고추·콩 등 농사에 필수적인 밭이랑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으며 자란 풀 등으로 미뤄 복토 이후 쟁점토지는 그대로 방치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A씨는 또 지난1985년부터 사업체의 대표자로 재직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주업이 농업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