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사망 때 아내에게 즉시 유족연금을 지급하는 것과 달리 아내 사망 때 남편이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60세나 장애등급 2급 이상으로 한정한 국민연금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27일 문모씨가 "국민연금법이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5(합헌) 대 4(위헌)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문씨는 2004년 4월 부인이 국민연금법상 사업장인 모 생명보험 회사에 근무하다 사망하자 사망일시금으로 1천176만원을 지급받았다.
문씨는 다음해 8월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유족연금을 청구했으나 구 국민연금법이 규정한 유족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연금 지급을 거부당했다.
문씨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구 국민연금법 제63조는 유족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유족은 가입자와 가입자 사망 당시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배우자, 또 남편의 경우 60세 이상이거나 장애등급 2급 이상인 자로 제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기혼 남성과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소득활동 참가율, 소득수준 등의 현실적 차이를 반영한 것"이라며 "본래는 남성 배우자의 사망으로 생활이 곤란하게 된 여성 배우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취업 현황이나 임금구조, 가족관계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족 급여 제공 여부를 결정하고 있어 남성 배우자에 대한 실질적 차별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거나 입법 목적의 비중과 차별대우의 정도가 균형을 상실했다고 볼 수 없다"며 합헌 결정을 했다.
김희옥ㆍ김종대ㆍ민형기ㆍ송두환 재판관은 "입법 당시와 달리 시대 변화로 여성의 경제활동 인구가 증가하고 가족의 경제적 역할 분담의 양상이 다양해졌다"며 "남편의 유족연금 수급권을 아내에 비해 차별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