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지난달부터 근로자와 일용근로자 그리고 사업자 등 1750만명을 대상으로 유가환급금 신청을 받아 최고 24만원까지 지급하고 있는 가운데, 시간이 지날수록 대상자가 많다보니 갖가지 해프닝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일선세무서 직원들은 본연의 일을 제쳐두고 발 디딜 틈도 없이 밀려오는 유가환급 대상자들을 맞이하는 바쁜 시간 가운데서도 잠깐의 짬을 통해 107개 세무서 이곳 저곳에서 들려오는 이런 저런 해프닝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이마의 땀을 식히고 있습니다.
■ 아내가 임신을 했는데 왜 육아환급금을 안주죠?
○…호남권의 한 세무서에서는 최근 특별한 손님 한 분을 맞아 한바탕 소란이 빚어졌다고 하는군요.
이 손님은 세무서 문턱을 넘자마자 "주변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세무서에 가면 육아환급금을 받는다고 하더라. 아내가 임신을 했는데 왜 육아환급금을 주지 않느냐"는 호통으로 세무서를 소란스럽게 했습니다.
세무서에서 손님을 진정시키고 사연을 들어보니 '육아환급금'을 연음으로 들어보면 '유가환급금' 소리가 나기 때문에 이 손님의 주변사람들이 오해를 했고, 오해에서 비롯된 말을 들은 이 손님이 무턱대고 세무서로 찾아 왔더라는 거죠.
모두가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온통 진심어린 표정으로 무장한 이 손님 앞에 세무서 직원들은 크게 웃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 일용근로자 유가환급금은 지방부터 드리겠습니다
○…국세청에서 지급하는 유가환급금은 그 지급대상자가 많다 보니 이를 처리하는 은행들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국세청은 지난달 신청을 받은 근로자 수 백만명에 대해 이 달 20일 경 3차례로 나눠 유가환급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번에 모두 주고 싶지만 은행들의 업무부담, 그리고 수백만명의 자료를 한꺼번에 전송할 전산시스템 부족 등이 원인이었죠.
그러다 보니 문제가 생겨버렸습니다. 대상자가 많다보니 국세청은 지급대상을 지역별로 끊어서 지급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달 20일 경 서울부터 지급하고 2일 정도의 간격을 두고 수도권 그리고 대전이남 지역으로 나눠 지급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울보다 4일 늦게 유가환급금을 받게 된 대전이남 지역에서 불만들이 쏟아졌습니다. "왜 서울부터 주냐. 지역경제를 살리려면 지방부터 줘야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들이었죠.
국세청도 이런 불만까지 쏟아질 수 있다는 것은 미리 예측할 수밖에 없었겠죠. 그러나 말을 들으니 잘못된 불평도 아니더라는 겁니다. 국세청은 고민 끝에 이들의 의견을 전격 수용, 내달부터 지급되는 일용근로자 등의 유가환급금은 지방부터 주기로 했습니다.
이 때 서울지역 지급대상자들이 또 불평을 내지는 않을지 염려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지금 국세청 본청 유가환급금T/F팀에는 이래도 저래도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들의 전화로 하루종일 시달리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