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둘러싼 여야 간 전운이 한층 짙어지고 있다.
다음달 1일 시작되는 국회 예산결산특위의 계수조정소위 심사를 불과 사흘 앞두고 민주당이 정부측에 재수정 예산안 제출을 요구하자 한나라당은 이를 억지이자 국정훼방이라고 정면 비판하는 등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정부가 ▲감세법안 철회 ▲지방재정 대책 ▲일자리 창출 등 방안을 먼저 제시하지 않으면 '계수조정소위 보이콧' 방침까지 밝히는 등 강경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단독으로라도 예산심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계수조정소위가 여야간 '강(强)대강(强)' 대치로 반쪽 운영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자유선진당은 정부가 제출한 수정예산안의 재수정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계수조정소위를 통해 해결하자는 '중간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28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국민이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제는 한계가 있다"며 "국민이 한나라당에 왜 172석을 줬는지 그런 의미를 되새기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강행처리'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에 대해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확대간부회의에서 "정부.여당은 군사작전을 하듯이 D-데이를 정한 채 몰아붙이지 말고 야당과 고민하고 협의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선진당 류근찬 정책위의장은 당5역 회의에서 "예산안 조정이 필요하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일리가 있지만 재수정안 제출요구는 정치적 공세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회 예결특위 전체회의에서도 각 당이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예산안 처리문제를 둘러싼 공방을 벌이는 등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민주당 간사인 우제창 의원은 "정부의 재수정 예산안 제출은 시간상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감세법안, 지방재정, 일자리 창출 등에 대책이 없으면 계수조정소위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 간사인 이사철 의원은 "민주당 안만을 고집해 예산안 심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떼쓰기식 주장을 할 게 아니라 소위에서 의견을 주장해 국민을 납득시키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