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 속에 단행될 겨울철 인사에는 올해의 실적이 반영돼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위기 상황을 타개할 각 그룹별 복안까지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번 인사에는 개별 그룹들이 처한 특수상황과 오너 일가 등 `관심 인물'들의 거취 문제 등도 맞물려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놓고 다양한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악천후 속 인사태풍 올까 = 우선 재계가 불황이라는 악조건을 맞아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동안 호황 등으로 인해 사장단 교체가 별로 없었던 삼성은 나이가 많거나 재직 기간이 길었던 `장수 CEO'가 많아 인사 요인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측은 이건희 전 회장의 퇴진으로 머지않아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를 위한 주요 경영진 교체 필요성과도 맞물려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세계경제 위기와 기업실적 둔화 가능성으로 인해 야전경험이 많은 CEO들이 그대로 중용되는 등 사장단 교체폭이 의외로 작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이미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을 현대모비스로 발령낸데 이어 김용문 현대차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에 대한 전보 인사를 낸 상태이다.
또 현대차 윤여철ㆍ최재국 현대차 사장을 부회장으로 발령하는 등 승진 인사도 이뤄진 만큼 이번 연말 정기인사에서 그룹 내 핵심인사들의 위치 변동은 크게 눈에 띄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현대.기아차그룹 특유의 `돌발인사'가 추가로 단행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LG그룹의 경우, 통상 12월 중하순으로 예정된 인사의 대상과 규모가 아직 장막에 가려져 있으나 실적과 리더십이라는 인사 원칙에 비춰 어느 해보다 승진인사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편이다.
전자와 화학을 비롯, 텔레콤, 데이콤, 파워콤 등 주요 계열사들은 어려운 경제환경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평가이다.
이런 실적에 비춰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입지도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며 동종 업계 CEO들에 비해 재임 기간도 짧아 교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룹별 고유 사정도 변수 = 이번 인사는 실적이나 향후 경영전략과 연계될 뿐만 아니라 각 그룹의 고유한 사정도 감안될 것으로 판단된다.
삼성은 '특검 사태'로 인해 올해 이건희 전 회장과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장이 퇴진하고 중앙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던 전략기획실이 해체됐기 때문에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모종의 변화가 예상된다.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경영권 편법 승계 논란 등에 대한 '삼성 재판'의 대법원 판결도 삼성 인사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이 전 회장과 이 전 실장이 그룹 직책에서 물러난 만큼 사장단 인사의 주체가 누가될 것인지, 이들이 인사를 주도하지 않는다면 인사방식이 어떻게 될 것인지도 주목된다.
재계에서는 이 전 회장이 퇴진하긴 했지만 삼성의 최대 주주인 만큼 주주권한을 발휘해 사장단 인사만큼은 챙기지 않겠느냐고 관측하고 있으며 이 전 실장 역시 그룹 인사에 대한 영향력이 강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들이 그룹 경영에 편법적으로 개입한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사장단이 집단지도체제를 형성해 자체적으로 인사를 단행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SK그룹은 올해 초 SK에너지,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 계열사 별로 도입된 `회사 내 회사(CIC)'제도에 따라 CIC 사장이 자리 이동을 하는 등 인사 변동이 생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SK그룹은 임기 중에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고 계열사 CEO들의 임기가 많이 남아 있어 고위 인사들의 교체는 드물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안정과 내실에 무게를 두고 이달 중순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3분기까지 그룹 차원에서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린 점을 감안해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발령하는 등 계열사 사장단 4명 승진시켰고 나머지 주요 계열사들은 그대로 유임시켰다.
◇오너 일가에는 어떤 변동이 = 이번 연말 인사에서 그동안 점쳐진 오너 일가의 위치 변동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기아차그룹에서는 김동진 부회장 등 주요 포스트를 점하던 인사들이 계열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거나 현대차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 회장의 사위인 정태영 현대캐피탈 및 현대카드 대표도 취임 2년만에 적자였던 현대카드를 흑자로 돌리는 등 성과를 낸 만큼 거취 변화가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12월 중순 임원 인사를 하게 되는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의 자녀들인 조현아 상무와 조원태 상무의 승진 여부가 관심을 끈다.
장녀 현아씨는 2005년 12월 상무보가 된 뒤 매년 인사에서 승진해 상무A를 거쳐 상무B가 됐고, 장남 현태씨도 입사 2년만에 상무보를 거쳐 상무A로 승진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는 박삼구 그룹 회장의 외아들로 2006년 상무보가 된 세창씨가 다음달 상무로 승진한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한국타이어 부사장은 최근 인사를 통해 기존 마케팅부문장과 함께 한국지역본부장을 겸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