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지난 2005년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의사와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자와 현금수입업종을 영위하는 자영업자 2324명을 대상으로 8차례에 걸친 대규모 세무조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꼽히는 고소득 전문자격사와 자영업자의 탈세를 근절하기 위한 기획 세무조사다. 국세청은 지난 28일에도 학원사업자 등 고소득 자영업자 147명에 대해 전격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8차례에 걸친 세무조사를 통해 밝혀진 놀라운 사실은 세무조사 대상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평균적인 소득탈루율이 49.2%에 달했다는 것. 1만원을 벌면 5000원 정도는 말 그대로 '슬쩍' 해버린다는 것.
큰 돈을 벌어들이는 것도 모자라(?) 세금까지 안 내면서 호의호식을 하고 있다면 피땀 흘려 일해 받은 월급에 대해 고스란히 세금을 내는 근로자들의 입장에서는 여간 분통이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감안하면 고소득 자영업자들에 대한 국세청의 기획세무조사는 탈세를 꿈도 꾸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것일 수 있다. 반대로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어마어마한 탈세규모를 보며, 일종의 좌절감을 느낄 국민들도 있을 수 있다.
국세청은 지금까지 세무조사를 통해 총 1조2551억원의 탈루세금을 추징하는 한편 고의성이 짙은 탈세자 195명은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검찰 고발 등 사법처리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사실은 국세청이 첫 기획세무조사를 착수한 이후 차수를 거듭하면 할수록 고소득 자영업자 등의 소득탈루율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제1차 56.9% ▲제2차 57.7% ▲제3차 48.7% ▲제4차 47.1% ▲제5차 47.5% ▲제6차 46.2% ▲제7차 45.1% ▲제8차 44.6% 등 소득탈루율이 하향곡선을 그려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소득탈루율의 몇 % 차이는 사실 의미가 없다. 소득탈루율이 56.9%(제1차)이든 44.6%(제8차)이든 일반 국민들로서는 좀처럼 만져보지도 못할 돈이 세금없이 그들의 호주머니 속으로 쉽게 들어갔고, 또 지금 이 시간도 그렇게 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많은 국민들은 고소득자들의 소득탈루율이 월급생활자들처럼 '0%'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소득자들의 소득탈루율이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고 과세당국이 자칫 고소득자들과의 전쟁을 느슨하게 대해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