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정에 예산안 심사가 벌어지는 국회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 회의장을 장악하기 위해 오전에는 민주당이, 오후에는 한나라당이 번갈아 점거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서로 삿대질과 고성이 오가는 뜨거운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민주당이 불참하더라도 예산부수법안인 감세법안 처리를 강행하고 예산안 계수조정소위의 심사작업도 진행하겠다고 밝히자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지만 긴장하는 표정도 역력했다.
전날 한나라당이 계수조정소위를 가동한 것을 문제삼아 민주당이 전(全) 상임위 활동 중단이라는 강수로 나온데 대해 이날 한나라당도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표결 강행이라는 초강수로 맞불을 놓자 민주당의 마음이 다급해진 것.
민주당은 급히 의원총회를 열어 한나라당의 예산안 심사와 감세법안 표결처리를 물리적으로 저지키로 결정하고, 저지조를 편성해 회의장에 급파했다.
민주당 의원 10여명은 '서민포기 감세철회', '졸속부실 예산철회'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예결특위 회의장을 점거하는 바람에 오전 내내 예산 심사는 이뤄지지 못했고, 항의하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도시락까지 시켜먹으면서 회의장을 지켰다.
같은 시간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와 박병석 정책위의장 등은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실을 찾아 감세법안 처리의 부당성을 주장하면서 처리 유보를 주장했지만 "이미 논의할 만큼 논의했다"며 강행처리도 불사한다는 한나라당을 설득하진 못했다. 물론 재정위 소위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는 오후 지도부 간 조율작업을 거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양당 수석부대표 간 협상을 통해 정책위의장간 회담, 원내대표-정책위의장 4인 회담을 잇따라 진행키로 합의했다.
실제 협상 과정에서 일부 진전이 이뤄지기도 했다. 정책위의장 간 회담에서는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해 상속.증여세 감세를 유보하고 소득세도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 시기를 2년간 유보한다는 합의를 끌어냈다.
하지만 뒤이어진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3당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간 회동에서는 민주당이 요구한 부가가치세 3%포인트 인하법안에 대해 한나라당이 난색을 표명, 장애물을 만났다.
민주당은 이용업.식당업 등 서비스업과 서민용 재화의 부가세를 3%포인트 인하하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한나라당은 신용카드 공제, 의제매입세제 공제 등 방안을 내놔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 시각 한나라당은 협상의 결렬을 예감한 듯 계수조정소위가 재가동되는 경우를 대비해 민주당이 오전처럼 회의장을 점거하지 못하도록 의원과 보좌관을 동원해 회의장 안팎을 지켰다.
3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은 회의를 중단한후 각자 한 시간 가량 내부 전략을 가다듬고 다시 협상에 나섰으나 이미 틀어질대로 틀어진 상황을 되돌리지 못했고, 결국 5일 협상 재개를 약속하는 선에서 회담을 끝냈다.
하지만 타결 실패에 대한 예결특위와 재정위의 반응은 달랐다. 예결특위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소위를 재가동해 민주당 의원들의 원성을 샀다. 재정위는 5일 지도부간 회담을 지켜보겠다며 개회를 하루 늦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