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이명박 대통령이 재산헌납 약속을 한지 1년이 된 시점을 맞아 야당들이 약속이행을 촉구하며 일제히 총공세를 펼쳤다. 이에 청와대는 "곧 할 것"이라던 기존 입장을 반복할 뿐 구체적인 시기에 대한 언급을 하지 못했다.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지난 1년간 대통령의 재산헌납 약속은 이뤄지지 않았고, 청와대는 '적당한 방법을 찾고 있다'는 궁색한 변명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재산헌납 약속은 지난 대선에서 BBK 의혹 한복판에 서 있던 이명박 후보가 국민에게 던진 약속이다. 이 대통령은 재산헌납을 하겠다는 것인지, 한다면 언제 할 것인지 국민 앞에 직접 분명하게 밝혀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같은당 김현 부대변인도 서면논평을 통해 "이 대통령은 1년이 지나도록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어, 국민들은 왜 재산헌납문제는 전봇대 제거하듯 안 되는지 그저 의아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자유선진당도 박영선 대변인의 구두논평을 통해 "도대체 얼마를 내 놓을 작정이기에 아직도 숙고중이냐"며 "게다가 국민은 알고 있다. 그 재산이 모두 다 잘못 축적한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일정부분은 국민이 납득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것을"이라고 압박을 가했다.
박 대변인은 "신뢰회복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헌납이면 어떻고 사회 환원이면 어떤가. 지금 단어 하나에 목을 맬 그런 상황인가"라고 헌납이라는 단어에 대한 청와대의 민감한 반응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도 "홍콩의 인기 영화배우 청룽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4000억원대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고, 10년 전에도 전 재산의 절반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며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더 인정받는다는 이 대통령은 대선 때 약속했던 300억원 재산의 사회 환원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이 일제히 재산헌납 약속이행에 압박을 가했지만 청와대는 '준비중'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발전 없는 해명만 내 놓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재산을 기부한다는 입장에는 전혀 변한 게 없다"면서도 "다만 어떤 방식으로 해야 보다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우리사회의 기부문화정착에 좀 더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중이다"며 "곧 좋은 방안을 마련해서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이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은 약 350억원 정도이며, 이 대통령은 당락에 상관 없이 이 중 본인이 살 집인 강남구 논현동 자택(31억1000만원)을 제외한 재산을 전부 내 놓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