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證 매각, 남해화학 매각 추진, 롯데관광개발 합자
세종증권 주식거래 시세차익 탈세 및 휴켐스 헐값 인수 의혹 사건의 핵심인물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상대방이었던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의 당시 행보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정 전 회장은 서울 양재동 농협 부지 매각과 관련한 사례금조로 현대자동차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로 2006년 5월 검찰에 구속된 뒤 석 달 만인 8월11일 건강악화 등을 이유로 보석이 허가됐다.
그는 이듬해 7월20일 항소심에서 법정구속 될 때까지 11개월간 피고인 신분이었으면서도 농협의 최고 실력자의 권한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점을 검찰이 세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11일 검찰 등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05년 6∼12월 세종증권 주식거래로 200억원대 시세차익을 얻은 뒤 다음해 1월 정 전 회장에게 20억원을 건넨다.
이 돈이 세종증권 내부정보 제공에 대한 대가인지, 휴켐스 인수를 앞둔 시점에서의 로비 자금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검찰은 이날 박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정 전 회장이 현대차 김동진 부회장으로부터 3억원, 세종캐피탈 홍기옥 사장으로부터 10억원을 받은 것도 이 무렵이다.
그는 이를 받아뒀다 보석 직후인 2006년 9월 박 회장에게 돌려주는데 3억원을 받아 구속되는 경험을 하면서 혹시 모를 뒤탈을 예방하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구속되기 직전까지 휴켐스를 태광실업에 매각하는 과정에 깊이 개입했던 정 전 회장은 구속 직후 `휴켐스 건'이 마무리 되자 보석이 된 뒤에는 남해화학을 박 회장에 넘기는 작업에 속도를 붙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농협 실무진 반대에도 정 전 회장은 남해화학 매각을 강행하려 한 것 같다. 법정구속되면서 이 작업이 중단됐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구속되지 않았다면 남해화학도 박 회장에게 팔렸을 공산도 있다는 것이다.
정 전 회장은 2007년 2월5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 5월25일 농협중앙회 출자회사인 농협교류센터는 롯데관광개발과 합자해 관광업체인 농협롯데관광(현 NH여행)을 설립한다.
NH여행은 농협교류센터의 여행사업부를 분리해 농협교류센터가 51%, 롯데관광개발이 49%를 출자한 회사로, 롯데관광개발은 지난 5월25일 지분 10%만 남기고 나머지 39%를 NH여행에 팔았고 NH여행은 이 주식을 소각해 감자했다.
농협교류센터 일부 직원이 합자에 반대했으나 NH여행 설립 전후 롯데관광개발의 주가 단기 급등과 맞물려 정 전 회장이 합자회사 설립 과정에서 모종의 이득을 취하지 않았겠느냐는 의혹까지 제기돼 농협 안팎에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롯데관광개발 측은 "NH여행 설립 전후 주가 급등은 농협과의 관계가 아니라 당시 물밑에서 추진 중이던 용산국제업무단지 개발설에 따른 것으로, 현재 검찰 수사에서 언급되는 인사나 의혹과는 전혀 관계없다"고 밝혔다.
보석에서 항소심 법정구속까지 11개월은 정 전 회장에게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던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