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이 심사기일로 지정한 이날 자정까지 공전이 거듭될 경우 예산부수법안인 감세법안은 본회의 전 최종 관문인 법사위 심사를 생략한 채 직권상정될 운명에 놓이게 된다.
민노당 강기갑 대표와 권영길 이정희 곽정숙 홍희덕 의원 등 소속 의원 5명 전원과 박승흡 대변인, 보좌관과 당직자 10여명은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앞두고 1시께 법사위 회의실로 들어와 위원장석을 차지한 채 점거농성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민노당 당직자들이 "술냄새가 난다"며 질서유지에 나선 경위들에게 항의하면서 고성과 몸싸움이 오가기도 했다.
유선호 법사위원장은 민노당을 상대로 협조를 당부하며 설득에 나섰지만 질서유지권 발동 등 물리력 행사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결국 이날 상정될 예정이었던 47개 법안 중 김 의장이 심사기일을 지정하지 않은 31건만 처리한 뒤 정회하겠다는 유 위원장의 언급이 나온 뒤에야 오후 3시20분께 전체회의가 시작됐다.
여야는 31개 법안 가운데 예금자보험법 개정안을 제외한 30건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지만 민노당의 실력행사와 유 위원장의 정회 방침을 놓고 설전을 계속했다.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은 "집주인들을 다 쫓아낸 채 이렇게 점거하는 게 민주주의냐"고 항의했고, 같은 당 주광덕 의원은 "금융위기를 말하면서 여야간 합의된 문제에 대해 이처럼 시간을 끄는 것은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하루쯤 민노당의 주장을 경청하고 고민하는 것도 정치"라며 "민주당과 민노당이 울고 싶은 상황에서 국회의장이 뺨을 때려줘 우리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김 의장이 심사기일을 지정한 농어촌특별세 폐지법 등 7개 안건의 경우 `법사위 회부 5일 경과 후 상정' 규정에 어긋난다며 절차 문제도 제기했다.
유 위원장은 "김 의장의 심사기일 지정에 귤욕감과 모욕감을 느꼈다"면서 "민노당을 잘 설득해 상황을 최대한 풀어보겠다"고 말했다.
법사위 전체회의는 정회됐지만 민노당은 감세법안 상정 시도가 이뤄지는 즉시 또 다시 재점거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