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섭 교육원장, "아쉬움보다 감사하다는 생각만…"
"조금 더 일찍 제2의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 떠나기로 결심하고 나니 아쉬움보다 그동안 저를 키워준 조직에 감사하다는 생각만 듭니다."
1984년 육군 대위 신분에서 사무관 특채로 국세청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25년 동안 근무하며 진솔한 인품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주던 김창섭 국세공무원교육원장이 30일 국세청을 떠났다.
56년 태어났으니 우리 나이로 겨우 54세. 행정고시 27회 출신 간부들과 같은 기수로 분류돼 국세청에서 손꼽히는 일꾼으로 한창 일할 시기를 맞은 그가 왜 명예퇴직을 종용받아 국세청을 떠나야 했는지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때문에 그는 퇴임식도 하지 않으려 했으나 많은 후배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이날 퇴임식을 가졌다.
국세청 사람들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명예퇴직제도'를 운영해 왔다. 이 제도가 한상률 전 청장의 지시로 지난해 잠시 멈췄다가 다시 올해 부활돼 이달말로 많은 선배들이 후진을 위해 명퇴했다.
그러나 김창섭 원장의 명퇴는 후배들이 아닌 '선배들을 위한 용퇴'라는 새로운 기록으로 남게되면서 말 그대로 아름다운 용퇴로 불리고 있다.
교육원 교육일정에 밀려 30일 오후 4시에야 치러진 김 원장의 퇴임식은 아쉬움 속에서도 축제분위기로 진행됐다. 김 원장의 가족과 교육원 간부 또 현재 교육원에서 수강하는 7급과 9급 직원들이 그의 짧지만 굵은 족적을 기리며, 그의 앞날을 축복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김 원장의 모친 그리고 그의 장인어른이 아들 그리고 사위의 퇴임식을 축하하는 이채로운 장면도 연출됐다. 기념패가 전달될 즈음에는 강단 정면에 그가 걸어온 25년 국세청 생활을 회상하는 사진들이 영상으로 비춰져 보는 이의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그는 퇴임사를 통해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을 할 것이고, 오늘이 마지막 남은 여생의 첫 번째 날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국세공무원 교육원의 명사특강을 가슴에 새길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육사34기 출신인 그는 사무관 특채로 1984년 국세청에 들어와 동대구세무서 총무과장으로 국세청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국세청 감찰담당관실 2·1계장을 지내다 충주세무서장과 서청주세무서 그리고 중부청 조사1국 2과장을 거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됐었으며, 국세청 감찰담당관을 지내는 등 사정라인에서 많이 일했다.
또 국세청 심사1과장을 끝으로 과장직을 넘어 중부청 조사1국장으로 국장초임 발령을 받은 이후 서울청 조사4국장에 전격 발탁되기도 했다.
국세청 법무심사국장을 지내며 국세법령시스템 개통 등으로 납세자 눈높이에 맞추는 차원 높은 세정서비스를 완성했으며, 대전국세청장을 거쳐 작년 4월 국세공무원교육원장에 임명됐다.
그는 대주세무법인 회장을 맡아 납세자의 편에 선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