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호 국세청장 내정자(사진)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이 최종 확정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일 전체회의를 열어 오는 8일 오전 10시 인사청문회 개최키로 했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과거 국세청장 인사청문회 '패턴'과는 사뭇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백 내정자가 공정위원장 시절을 제외하고는 공직은 물론 국세행정과 인연을 맺은 경험이 전혀 없는 민간인이었다는 점,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야당 등의 검증 강도가 한층 높은 수위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국회는 지금까지 총 4명의 국세청장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실시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를 통해 가장 핵심적으로 검증해야 할 도덕성 검증은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그 '후유증'으로 3명의 전직 국세청장이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은 채 감옥에 들어가거나(이주성, 전군표) 불명예 퇴진(한상률)했다.
특히 백 내정자는 인사청문회 개최를 앞두고 벌써부터 '부동산 투기'의혹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백 내정자에 대한 이번 인사청문회는 투기 의혹을 포함, 제대로 된 도덕성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세무행정과 관련해 직·간접적인 인연을 맺지 못한 백 내정자가 과연 국세청 조직을 잘 이끌어 나갈 능력과 경륜을 갖췄는지 여부에 대한 검증도 진행될 전망이다.
□ 청문 '쟁점' ① : 부동산 투기 의혹= 백 내정자가 보유한 아파트 두 채는 투자일까, 투기일까. 인사청문회 최대 쟁점은 백 내정자가 보유한 아파트 두 채(한 채는 부인 명의)와 관련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등 야당은 백 내정자와 관련한 투기의혹을 제기하며 아예 '자진사퇴'를 종용하는 등 벌써부터 공세의 수위를 바짝 끌어올린 상태다.
지난 4번의 국세청장 인사청문회 당시 대상자들은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의혹을 받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주성 前국세청장이 아들 명의의 아파트로 인해 의심의 눈초리를 샀지만 증여세를 내고 정정당당하게 증여를 받은 것으로 결론이 났다.
앞선 4명의 전직 국세청장들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에서 오랫동안 청렴·강직하게 공직생활을 한 덕분(?)에 보유 재산이 비교적 적었다. 다시 말해 철저한 검증이 필요할 정도의 '축재'의 흔적이 없었던 셈.
그러나 공정위원장 취임 이전까지 민간인 신분이었던 백 내정자는 서초구 반포동에 40평형 아파트(본인 명의) 1채와 강남구 개포동에 22평형 아파트(부인 명의) 1채 등 소위 '버블세븐'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2채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1998년 3억2000만원을 주고 산 것으로 전해진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의 현재 시세는 1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 내정자는 1998년 이후 현재까지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 다시 말해 실거주 목적의 주택인 셈이다.
가격적인 부분도 지난 몇 년 동안 이어져온 폭발적인 집값 상승세에 편승한 자연증가분이다. 투기목적의 아파트 구입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는 설명이 가능해 진다.
그러나 부인인 조 모씨의 명의로 2000년 3억원(1억5000만원 전세)을 주고 사들인 개포동 아파트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 것이 사실. 구입시기가 해당 지역에 투기수요가 몰려, 가격이 들썩이기 시작했던 시기와 맞물려 있다.
현재 이 아파트의 시세는 13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 내정자 측은 이와 관련해 "자식을 위한 준비 차원에서 투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애매한(?) 구입시기, 실거주 사실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투자 목적이 아닌, 투기 목적이라는 의심을 살 정황은 충분한 셈. 야당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이 부분에 대한 강도 높은 검증을 진행할 태세여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국세청장 내정 직전 내다 판, 부인 명의의 경기도 용인시 소재 임야(230평)의 구입 목적을 둘러싼 투기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백 내정자측은 "부인이 재직 중인 학교가 수원에 있어 노후에 집을 짓고 살기 위해 장만한 것이며 투기와는 상관없다"고 해명한 상태다.
이 땅은 지난해 공정위원장 재직 시절 한 차례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던 부분. 2001년 2억4600만원을 주고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이 땅을 백 내정자 측은 지난 6월15일 5억8900만원을 받고 매각했다.
매각 차익은 3억4300만원 수준. 그러나 매각 직후인 지난 6월18일 백 내정자의 부인인 조 모씨는 관할 세무서에 이와 관련한 양도소득세 9300여만원을 납부한 것으로 확인, 실제로 백 내정자 부부가 이 땅 매각으로 얻은 차익은 2억5000만원이다.
□ 청문 '쟁점' ② : 국세청장 '자질론'= 백 내정자는 앞선 4명의 국세청장(인사청문회 통과)과는 확실히 다른 'DNA'를 가진 인물이다. 공정위원장 발탁 이전까지 학자의 길을 걸어온 순수한 '민간인' 출신이다.
전공은 경제학(금융.증권)이지만 세무행정과는 직·간접적인 인연이 사실상 전무하다. 교수시절 이 부분과 관련해 작성한 논문 등 연구물도 전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세무행정의 '초보자'인 셈이다.
따라서 드세기로 정평이 나 있는 국세청 조직을 일거에 장악, 원활한 세수확보 등 국세행정을 수월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자질론) 검증도 인사청문회를 통해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등 야당도 일찌감치 이 부분에 대한 비판론을 제기하며 선전포고를 마친 상태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8일 "백 내정자는 국세행정에 대한 식견과 경험이 전무한 인사"라며 임명 철회를 촉구한 바 있다.
청와대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를 짧은 시간 내에 장악, 업무를 원만하게 이끈 점을 높이 평가하며 백 내정자를 국세행정 개혁의 적임자로 꼽았다.
그러나 국세청은 공정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큰 조직이다. 아울러 자기방어적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외부인에 의한 기존 질서의 '붕괴'를 극도로 꺼리는 폐쇄적인 조직이다.
국세청 내부에 어떠한 기반도 가지고 있지 못한 백 내정자가 국세청 조직을 원만하게 장악하지 못할 경우 청와대가 백 내정자에 부여한 '국세청 개혁'이라는 과제는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공산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국세청 조직의 특성 때문이다.
이와 함께 백 내정자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이라는 점도 국세청장 자질론과 결부되어 있는 중요한 문제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은 그만큼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가 어렵다는 뜻으로도 풀이될 수 있기 때문.
국세청이(국세청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않을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 지는 가장 최근 일련의 사태 등을 통해 경험칙으로 체득이 된 상태. 일각에서는 도덕성 부분도 중요하지만 이 부분에(자질론) 대한 검증도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청문 '쟁점' ③ : 그 밖의 것들= 백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부동산 투기 의혹, 국세청장 업무수행 능력 등 분야에 걸쳐 예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부분들이 검증 작업이 진행되면서 걸러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동일 전 조사관 파면건'도 청문회의 쟁점 중 하나로 부각될 조짐. 이미 민주당 등은 김동일 전 조사관을 청문증인으로 채택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백 내정자는 공정위원장 퇴임 이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내부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는 조직은 있을 수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현재 청와대가 추진하고 있는 국세청 조직개편안에 대한 백 내정자의 철학에 대해서도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