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고용기간 제한 조항이 적용됨에 따라 각종 편법이나 불법 사례가 횡행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음에도 노동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기업들은 숙련도와 역량이 높아 계약해지가 아깝지만 무기계약으로 정년을 보장하기는 부담스러운 비정규직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기 위한 `묘책'을 짜내느라 고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근로자와 짜고 무기계약을 하지 않고 계속 고용하는 방안, 기간제 근로자를 파견 근로자로 돌려 계속 직접 고용하는 방안, 잠시 계약을 해지했다가 재고용하는 방안 등이 강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노동부 담당 부서에 전화를 걸어와 "얼마쯤 뜸을 들이다가 다시 고용하면 기간제한 적용을 피할 수 있느냐"는 등의 문의를 하는 사업주들도 있다고 한다.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계약기간이 정해진 근로자가 2년 이상 근속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간주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이 엄연히 있기 때문에 법을 회피할 목적으로 계약해지 했다가 다시 고용하는 방안, 파견으로 돌려 쓰는 방안 등은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기간제한 조항이 발효했기 때문에 편법을 활용해 재고용된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근속한 것으로 간주하고 무기계약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기간 제한이 적용된 데 따른 점검이나 지도 계획 등이 일절 눈에 띄지 않는 데다 심지어 실상에 대한 홍보조차 없어 사실상 정부가 기업들의 편법 행위에 무방비 상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 위반 사례 단속 계획 등과 관련해 "그걸 어떻게 알겠느냐. 근로자가 신고를 하든지 나중에 점검에라도 걸리면 법에 따라 제재를 받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같은 태도는 노동부의 다른 법령이 시행될 때와 대조적인 것이어서 불법을 부추기거나 주무부처의 직무를 방기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노동부는 다음달부터 작업장 석면 제도가 바뀜에 따라 이달 한 달을 `석면 안전 강조의 달'로 정하고 교육·홍보를 강화하고 있으며, 석면 해체·제거 작업장을 불시에 점검하고 있다.
비정규직법 차별시정 제도가 이달부터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됐을 때도 이를 적극 교육·홍보했으며 별도로 팸플릿을 만들어 돌리기도 했다.
비정규직법 개정이 불투명해 애초부터 기간제한 적용이 예견됐지만 적절하게 대비하지 않았고, 해고문제가 현실화했는데도 적극적인 대책보다는 여전히 정치권을 향해 법 개정의 필요성만 강조한다는 점을 들어 노동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노동계 등에서 쏟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