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와 알선수재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과 960만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이주성 전 국세청장의 항소심 공판에서 아파트 수수문제의 진실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이 전 청장에게 20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차명으로 제공한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기세도 도양기업 사장은 8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조병현)의 심리로 진행된 항소심 2차 공판에서 피고인이 아닌 증인으로 출석해 "이주성 청장이 아파트를 사라고 해서 샀다"며 아파트의 뇌물공방에 불씨를 당겼다.
기씨는 아파트 매입과정에 대한 판사의 질문에 "이 청장이 딸 결혼식 이야기를 하며 가까이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며 아파트를 알아보라고 했고, 몇 군데를 알아봐 주니 그 중에서 하나를 사라고 해서 샀다"며 "누구명의로 살지 이 청장에게 묻자 S모 대기업 간부 허某씨와 상의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전 청장은 프라임그룹이 대우건설 인수를 시도하던 지난 2005년 11월 건설업자 기씨의 소개로 만난 프라임그룹 백종헌 회장으로부터 인수도움청탁과 함께 20억원 상당의 서울 강남 소재 아파트를 차명으로 건네 받은 혐의를 받고 있으나 이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
특히 아파트 구입비용을 백 회장이 직접 준 것이 아니라 기씨가 중간에 백씨로부터 대출을 받아 건냈다는 점에서 기씨 개인이 아파트를 갖기 위해서 대출을 하고 이 전 청장과의 인맥을 이용했다는 의혹이 이 전 청장 변호인 측으로부터 제기되기도 했다.
이 전 청장의 변호인측은 "백 회장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샀는데 왜 대출금 변제에 대해 이 청장과 상의하지 않았나.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문도 제기했다.
그러나 검찰측도 기씨가 동탄 지역의 토지를 본인 또는 가족의 명의로 구입한 사실을 인지시키며 "기씨 본인을 위해 아파트를 샀다면 왜 차명으로 했겠냐"고 추궁했고, 이에 기씨도 "내 것으로 아파트를 구입한 적이 없다"며 아파트가 이 전 청장을 위한 것임을 간접적으로 강조했다.
한편, 기씨는 이날 기존 검찰수사조서 내용과 원심에서의 진술을 되묻는 변호인들의 질문에 대부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모르겠다"로 일관해 진술이 오락가락 한다는 지적을 받았으며, 급기야 판사까지 나서서 "둘(이주성-기세도)의 관계를 볼 때 (둘이 같이 있는) 이 자리에서 피고인 이주성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얘기를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납득이 되는 답변을 해야 한다"며 질책하기도 했다.
특히 재판관인 조병현 부장판사는 증인심문이 진행되는 사이사이 "원심에서 다 했던 얘기들인데 중복되는 심문은 하지 말라"며 정리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다음 공판에서도 건네진 아파트의 의미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증인의 심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다음 공판은 오는 24일에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