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O, CDS는 엉터리 금융상품이자 '속임수'"
우리은행 등 18개 국내 은행들이 지난 5년여 동안 미국 금융파생상품에 4조8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해 절반 이상인 2조70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은행들은 CDO(부채담보부증권), CDS(신용부도스와프) 등에 투자해 거액의 손해를 입었다.
최근 황영기 前 KB금융지주 회장이 2005년, 2006년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할 당시 CDO 등 파생상품에 투자해 1조5000억원 상당의 손실을 초래, 감독당국으로부터 업무집행정지 3개월 상당의 중징계를 받은 만큼, 이러한 은행들의 고위험 투자가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5일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8개 국내 은행들은 200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39억8000만달러(4조8000억원, 환율 1200원 기준)를 파생상품에 투자했으나, 22억6000만달러(2조7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2007년 발생한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인해 손실률이 57%로 급증하게 된 것.
파생상품별로 보면 국내은행들은 CDO에 19억달러를 투자했다가 85%인 16억2000만달러를 잃었으며, CDS에 14억6000만달러를 투자해 36%인 5억3000만달러를 잃었다. MBS(주택저당증권)에는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그나마 1000만달러의 손실을 입는데 그쳤다.
특히 우리은행은 2004년 6월부터 2007년 7월까지 CDO, CDS에 15억4000만달러를 투자했다가 81%에 이르는 12억5000만달러를 손실 처리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의 파생상품 손실액은 1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와 관련 유 의원은 "규정을 어기고 투기성 고위험 투자로 은행과 국민경제에 큰 손실을 입힌 황 전 회장의 중징계는 당연하다"며 "일반은행은 증권사 등 투자은행과 달리 예금자 보호와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노력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CDO는 회사채나 금융회사의 대출채권 등을 묶어 유동화시킨 파생상품으로 어떤 채권이 담보로 편입돼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어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CDS는 부도가 발생해 채권이나 대출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대비한 상품으로 CDS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자금조달 시장이 마비될 위험이 있으며, 실제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미국 금융위기를 증폭시킨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 의원은 "선진적인 금융기법이라는 CDO, CDS는 이익만을 쫓는 인간의 탐욕이 만든 엉터리 금융상품이자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며 "정책당국과 금융인들이 선진금융기법의 허상과 금융투기의 위험성을 깨닫기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