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무서가 왜 거기 있죠?".. 납세자 불편에도 이전 계획은 '無'

"멀어서 오는 길이 힘들긴 하네요"

종합소득세 신고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달 송파세무서에서 만난 납세자들은 이와 비슷한 푸념을 늘어놨다.

송파세무서 관할 구역은 석촌동, 송파동, 가락동, 문정동, 장지동, 거여동, 마천동. 그러나 정작 송파세무서가 위치한 곳은 잠실세무서 관할 구역인 풍납동이다.

송파구 외곽에 위치해 안 그래도 먼 데다 근처 지하철역도 멀어,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은 납세자들은 더워진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약 20분가량을 걸어오거나 택시를 타고 세무서를 방문해야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송파세무서는 지난 4월, 세무서를 방문하는 납세자들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 주차장을 인근에 설치하기도 했다.
  ■ "송파세무서 가느니 접근 편한 강동세무서로.."

서울지방국세청 산하 세무서는 총 28개. 이 중 한 곳에 모여있는 세무서는 한 건물을 함께 사용하는 서초·역삼·삼성세무서(강남통합청사)와 부지를 공유하는 잠실·송파세무서 두 곳이다.

역삼세무서 관할에 위치한 강남통합청사는 교통이 편리하고 인근에 회사가 밀집한 강남역 1번 출구에서 도보 5분 남짓 거리에 위치해 있다. 강남 지역 주민이 아닌 타 세무서 관할 민원도 처리할 수 있다보니 각종 민원 업무가 가중돼 직원들과 관할 납세자들의 불만이 높은 편이다.

강남통합청사의 한 세무서 관계자는 "서울 시내 다른 세무서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세무서가 모여 있고 교통이 좋은 곳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확실히 민원이 많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3개 세무서가 모여 있다 보니, 부족한 엘리베이터로 인한 불편은 말 할 것도 없다. 직원들이 다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해 행사가 겹칠 때는 3개 세무서가 시간을 나눠 강당을 사용해야 한다. 세금 신고기간 운영되는 전자신고창구도 한 곳에서 진행해야 한다.

접근성이 지나치게 좋은 것이 강남통합청사의 문제라면, 송파·잠실세무서는 반대로 접근성이 너무 나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중교통은 커녕 자가용을 이용하기도 불편한 위치에 세무서가 있기 때문. 특히 자신의 관할에 위치하고 있지 않은 송파세무서는 송파구 납세자들의 외면까지 받는 모습이다.

송파세무서 대신 상대적으로 대중교통 이용이 편한 강동세무서로 향하는 발걸음이 늘어 강동세무서의 업무가 과중해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동세무서 관계자는 "강동세무서의 민원실 업무량은 잠실·송파세무서에 비해 약 39% 이상 많다"면서 "증원에 대한 건의를 많이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 기재부 눈치 보느라 이전 어렵다?.. 국세청 "마땅한 부지 없어"

관할 구역 납세자와 직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남통합청사나 송파·잠실세무서가 분리 및 이전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그동안 줄기차게 제기되어 왔다.

실제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지기도 했으나 지역구 의원의 반대, 장소 부재, 비용 문제 등의 이유로 매번 불발되기 일쑤였다. 그나마 송파·잠실세무서와 한 부지를 쓰던 강동세무서만 지난 2014년 이전, 탈출(?)에 성공했다.

관서가 노후화된 송파세무서는 2022년부터 재건축만 추진하고 있을 뿐, 관할 구역으로의 이전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국세청이 기획재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이전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재건축에서 이전으로 계획을 틀 경우 상급기관인 기재부로부터 지적을 받을 것을 우려, 지레 겁을 먹고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

한 세무서 관계자는 "재건축 조감도 용역발주로 수억원을 이미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하겠다고 하면 기재부로부터 돈낭비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어 국세청 내부에서 반대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까지 나간 돈은 아깝지만 전체용역비가 수백억원임을 고려하면 많이 사용된 것도 아니다. 향후 50년 이상은 사용할 세무서이고 지역인구도 늘고 있는데 대의를 보고 세무서를 이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재건축이 추진되어도 해당 지역의 유물로 인해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세무서 관계자는 "송파세무서 건너편에서 백제 유물이 출토되고 있는 만큼 첫 삽을 뜨더라도 속도감 있게 공사가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문정동 인근으로 송파세무서를 옮길 경우, 관할 구역뿐만 아니라 인근의 타 행정구역 주민 편의까지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세청은 세무서를 옮기고 싶어도 갈 수 있는 곳이 마땅히 없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100~200명에 이르는 인원을 수용할 만한 국가기관 부지를 서울에서 찾기 쉽지 않다"면서 "재건축 추진을 시작하던 당시, 송파세무서도 관할 구역으로 옮기기 위해 계속 검토했지만 옮길 수 있는 곳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강남통합청사에 대해서도 "현재로선 서초·삼성세무서의 이전 계획이 없지만, 좋은 부지가 나타나면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