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 감사 없는 서울시 민간위탁사업은 위험” 회계사회, 법 개정 추진

‘세무사 독자 검사’ 허용되는 회계 검증 제도 지적

“감사 역량 갖춘 회계사 필수.. 지방자치법 바꿔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서울시의 민간위탁사업에 대한 회계감사 제도 강화를 촉구했다. 시가 민간단체에 일을 맡기는 이 사업에 한 해 동안 약 1조원의 거액이 투입되는데도 집행 내역을 회계사 없어도 되는 '간소한 검사'로 보고 넘어가 문제라는 주장이다. 검증 기능이 약해 공금 횡령 등 부당집행이 우려된다는 건데, 회계사회는 감사 규정을 강화하기 위한 법제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회계사회는 지난 12일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회계현안 세미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최운열 회장을 비롯한 회계사회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과거 민간위탁사업비가 오남용된 사례를 따져보고 회계감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의 민간위탁사업은 사업비가 목적에 맞게 쓰였는지 외부 기관의 확인을 받게 돼 있다. 검증 방식은 회계사가 참여하는 '외부회계감사'와 '지자체 결산서 검사', 그리고 회계사 없이 세무사가 단독 수행 가능한 '민간위탁 결산서 검사' 등 세 종류다. 민간위탁 결산서 검사는 앞선 두 방법보다 절차가 간소해 검증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게 회계사회의 설명이다.

대다수 지자체는 외부회계감사 혹은 지자체 결산서 검사를 채택하고 있고, 민간위탁 결산서 검사를 채택한 건 서울시뿐이다. 원래 서울시도 회계사 참여 방식을 채택했었으나, 2022년 4월 서울시의회에서 관련 조례를 개정하고부터 지금처럼 바뀌었다.

회계사회는 서울시 감사 규정을 회계사가 필수인 방식으로 되돌려야 할 명분으로 감사인의 독립성, 감사 전문성 등을 내세운다. 사업비 정산 검증은 단순 증빙서류 확인을 넘어 증빙의 진위, 거래의 실재성, 비용집행의 적절성 등을 종합적으로 꿰뚫어봐야 해 감사 역량을 갖춘 회계사가 필요하다는 것.

김범준 가톨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회계사는 자격증 취득 이후에도 회계사회 연수원 교육과 실무수습 2년 등 다년간의 트레이닝을 통해 독립성과 전문성 등 외부 감사에 필수적인 역량을 갖춘다"며 "이러한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대리인 문제(감사인의 부정)가 없는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계사회는 제도 개선 작업도 착수한 상태다.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민간위탁사업의 회계감사를 과거 방식으로 되돌리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또 조례보다 상위법규인 법률 개정도 추진할 계획으로, 구체적인 법률 조항을 정치권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서울시 사례처럼 조례로 감사 규정을 쉽사리 바꿀 수 없도록 지방자치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