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 결과' 발표
브릿지론 편법 취급·통제 미흡 드러나...해외 자회사 우회지원(SPC 활용)도 확인
이복현 "은행자원을 특정집단 사익 위한 도구로 삼아 위법행위 서슴지 않았다"
◆…KB국민은행 본점 전경［사진=우리은행 제공］
KB국민은행이 허위 매매계약서를 이용해 감정평가액 부풀리기를 통한 실거래가 초과 대출을 취급하거나 브로커 등과 공모해 대출 가능 허위차주 물색 후 타인명의의 대출 취급해 발생한 부당대출 금액이 291건, 총 89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금감원이 발표한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에 따르면 현장검사를 통해 우리·KB국민·NH농협은행에서 총 3875억원(482건) 규모의 부당대출이 확인됐다. 이중 국민은행의 부당대출 규모가 우리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임직원은 은행자원을 본인 등 특정집단의 사익을 위한 도구로 삼아 부당대출 등 위법행위와 편법영업을 서슴지 않았다"면서 "은행권의 낙후된 지배구조와 대규모 금융사고 등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재차 확인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민은행에서는 영업점 팀장이 시행사·브로커의 작업대출을 도와 허위 매매계약서 등 대출 관련 서류를 제공받아 대출이 가능한 허위 차주를 선별하고, 대출이 용이한 업종으로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부당대출 892억원을 내준 사실이 적발됐다.
일부 대출에 대해서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정황(금액은 미정)도 나타났다. 또한, 대출 취급 때 징구한 임대차계약서가 허위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었는데도 추가적인 확인절차 없이 시설자금 대출을 취급하거나, 여신서류를 직접 위·변조하는 방법으로 가계대출을 부당하게 취급한 사실이 정기검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영업점 감사체계의 느슨한 점도 지적됐다. 국민은행에서는 최근 개별 영업점 전결여신에서 금융사고가 빈발하고 있는데도 영업점에 대한 내부감사 주기를 일률적(3년)으로 운영하고, 감사기간도 짧아(3~4영업일) 심도 있는 감사업무 수행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은행의 여신 이상징후를 적발하는 시스템에 금융사고 정보가 적시에 반영되지 않아, 과거 발생한 사례 위주로 사고 위험분석이 이루어져 사고 조기 탐지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금감원을 밝혔다.
브릿지론 편법 취급과 통제 미흡한 점도 적발됐다.
국민은행은 자체 신용평가모형으로는 브릿지론 취급이 제한되어 있었으나, 영업부서는 이를 우회해 부동산담보대출로 편법 취급한 것으로 적발됐다. 이 과정에서 철거 예정인 건물의 임대료 수입을 상환능력에 반영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브릿지론 9건, 9290억원을 취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철거 예정 건물 임대료 수입을 채무상환능력에 반영하거나 사업부지 매입 전 대출실행 등의 비정상적인 방법을 활용한 것이다.
아울러 그룹 차원에서 리스크관리 목적으로 브릿지론 취급을 금지하였으나, 자회사가 지주와 사전협의를 완료하지 않고 브릿지론(60억원) 취급 후 대규모 부실이 발생한 점도 발각됐다.
이 과정에서 KB금융지주는 자회사가 리스크 조치사항을 미준수한 사실을 이사회･경영진에 보고하지 않고, 자회사 제재 및 평가에도 반영하지 않는 등 지주의 리스크 관련 보고 체계 및 자회사 관리 등 업무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국민은행은 부동산담보대출 부실 이연 및 확대한 정황도 나타났다. 미국 상업용부동산 담보대출 취급 후 대출이 사실상 부실화되었는데도 정상 신용등급으로 평가하고, 여신조건을 변경해 기한 연장 및 추가 대출을 실행하는 등 부실 2200억원(1건)을 이연한 사례도 발견됐다.
이와 함께 해외자회사지원 시 의사결정 절차 미흡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국민은행은 해외 자회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 결정 시 송금일 당일 아침에 이사회에 자금 송금 필요성만 우선 보고하여 자금지원을 사실상 선(先)결정했으며,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사후적'으로 개최해 국가별 익스포져 한도를 상향하고 2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해외로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자금 송금 관련 리스크에 대해 리스크관리위원회 차원의 검토가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자회사가 소재한 국가는 2개월 전에 내부 기준상 요주의 국가로 분류되어 국가 리스크 한도가 축소되었는데도 자금송금을 하기 위해 한도를 상향한 경우도 있었다.
◆…［자료출처=금융감독원 제공］
또한 해외자회사의 건전성 지표 개선을 위해 자회사의 부실자산을 은행이 사실상 지배하는 특수목적법인(SPC)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해당 SPC가 발행한 사모사채(매각대금)에 대해 지급보증 6400억원 및 한도성 대출 653억원을 제공하는 등 우회적으로 자회사를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자회사의 부실채권 위험을 은행이 최종적으로 부담하게 됨에 따라 신용리스크 및 부실전이 위험이 동반 상승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