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역대급 순이익에도 배당 '불확실'...법인세도 '빨간불'

배당 양극화...삼성그룹 보험계열사·DB손보 등 '양호' vs 다수 보험사 '미결정'

한화생명·현대해상 등 해약환급금준비금 급증 영향에 "배당 불확실" 우려

과도한 해약환급금준비금으로 세전이익 줄어들어 법인세에도 악영향

투자자 손해, 국가도 손해.. "누굴 위한 조치인가?"

보험업계,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 촉구...."당국, 보다 현실적 개선책 내야"

보험사들이 본격적인 결산 배당 시즌에 돌입한 가운데 새 보험사회계기준(IFRS17)과 함께 도입된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적용에 대한 보험사별 상황이 달라 배당금 규모 책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개선안이 보험사의 밸류업 계획에 차질을 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근본적인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보험계열사(삼성생명, 삼성화재) 및 DB손해보험 등 일부 보험사는 지난해 실적에 따른 배당금 규모를 확정했다. 하지만 한화생명, 현대해상, 동양생명 등 다수 보험사는 아직 배당 정책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악의 경우 이들 중 상당수의 보험사는 배당금 지급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증가로 인해 배당가능 이익이 부족해지면서 배당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해약환급금준비금 과다 적립으로 세전이익이 줄어들어 국가에 내야 할 법인세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가에는 세수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 예기치 않은 악재가 하나 더 발생한 것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은 보험사가 부실해지더라도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도록 담보하는 안전조치다. 따라서 '적정한 수준'으로 적립하면 된다. 과소적립하면 보험가입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반대로 과다적립한다고 해서 보험가입자에게 별도의 혜택이 가산되는 것은 아니며 보험사의 투자여력만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보험사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원론적으로 해약환급금준비금의 과소적립, 과다적립 모두 보험사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일부 보험사 관계자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투자자도 손해, 국가에도 손해이며 보험가입자에게도 별도의 혜택이 가산되지 않는 해약환급금준비금 과다적립조치에 대해 원망스런 발언을 내 놓고 있다. "누구를 위한 조치인가"
 

삼성화재·삼성생명·DB손해보험...역대 최대 배당 '주주들 환호'

 
삼성그룹 보험계열사인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은 각각 보통주 1주당 1만9000원, 4500원의 배당금을 확정했다. 우선주를 포함한 총 배당금은 각각 8077억원, 8081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DB손해보험도 보통주 1주당 6800원의 배당을 결정하며 총 4083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한다. 이는 전년 대비 28.3% 증가한 수치다.

이들 보험사는 높은 당기순이익을 기반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을 적극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삼성화재는 2028년까지 순이익의 50%를 배당하는 것을 목표로 주주환원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이미 밝힌 상태다.

이와 관련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 및 이익 성장을 기반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배당금을 결정했고 중기 주주환원율 50% 목표로 점진적 상향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화재 관계자도 "밸류업에서 공시한 것처럼 배당을 포함해 주주환원율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해약환급준비금 부담 커...배당 어려운 보험사 속출할 듯

반면 한화생명, 현대해상, 동양생명 등 상당수 보험사들은 아직까지 배당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순이익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주주 친화적 정책을 유지해온 현대해상조차 해약환급금 준비금 증가로 인해 23년 만에 배당 중단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현대해상 관계자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쌓는 수준이 너무 커져서 배당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동양생명도 제도 변경에 따른 해약환급금 준비금 추가 적립으로 인해 배당 재원이 부족해 배당금 지급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결국 보험사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해약환급금준비금이 급증하면서 배당가능 이익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란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해약환급금 준비금이란 보험사가 중도 해지 시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환급금보다 시장가치 평가된 보험 부채가 작을 경우 그 차액을 대비해 쌓아두는 금액이다. 새로운 계약이 증가할수록 준비금 부담도 커지면서 배당이 제한되는 상황이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 7206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17% 증가한 호실적이다. 신제도 도입 이후 2년 연속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했지만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가 3조6650억원에 달해 배당 정책 결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현대해상은 현재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3분기 누적 순이익 1조460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추정치를 감안하더라도 2조원을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현대해상의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는 4조4320억원으로 역시 배당이 불투명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킥스(K-ICS·지급여력비율)가 200% 이상인 보험사에 대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비율을 기존보다 20% 줄이도록 완화했으나, 현장에선 실질적인 효과가 미미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킥스 비율이 200%를 넘은 보험사는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뿐으로, 대부분의 보험사는 이 혜택을 받지 못했다.
 

보험업계,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 촉구...킥스 손 보나

보험업계는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이 배당 여력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며 금융당국에 추가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은 지난 1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도입 이후 신계약 증가로 준비금 적립 부담이 과도하게 늘어나고 있다"며 "배당 여력 감소 및 세무 이슈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우려가 있어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험업계는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 비율 완화 대상이 극소수 보험사에 한정되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과 함께 금융당국이 배당 여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제도 취지를 유지할 수 있는 개선방안 마련에 나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주들 사이에서도 배당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금융당국의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에 대한 현실적인 보완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향후 보험업계의 배당 여력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