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 살해 누명 24년 만에 벗은 김신혜… 출소 후 '첫 마디'?

수면제를 탄 술을 아버지에게 먹여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4년간 복역한 김신혜 씨가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6일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형사1부(재판장 박현수)는 존속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2000년 사건 발생 후 24년, 2015년 재심 개시 결정 후 약 9년 만에 내려진 것이다.

김씨는 2000년 3월 전남 완도에서 아버지에게 수면제를 탄 양주를 마시게 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경찰 조사 당시 김씨는 '간에 좋은 약'이라며 수면제를 탄 술을 권유했다고 자백했지만, 이후 법정에서 자백을 번복하고 무죄를 주장했다. 이번 재심에서는 ▲범행 동기 ▲자백 경위 ▲수면제 증거 ▲알리바이 ▲강압 및 불법 수사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김씨의 자백이 강압 수사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은 신빙성이 부족하며, 자백을 들었다는 친척과 경찰관의 진술도 신뢰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특히 김씨가 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허위 자백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김씨 주거지에서 압수된 노트 등 증거물은 영장 없이 미성년자였던 남동생과 동행해 수집된 것으로, 이는 명백한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부검 결과에서도 수면제 과다 복용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피해자의 혈중 알코올농도가 0.303%에 달해 고도 명정 상태로 혼수 상태에 빠진 것이 사망 원인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검찰이 주장한 범행 동기 역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됐다. 피해자가 김씨에게 성적 학대를 가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며, 보험금을 노린 범행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보험설계사 자격이 있던 김씨가 이를 예측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날 재판에 불출석했지만, 무죄 판결 직후 장흥교도소에서 석방됐다. 출소 후 김씨는 "아버지를 끝까지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김씨가 24년간 무죄를 주장해 온 진실의 힘이 오늘의 결과를 만들었다"며 "이번 판결이 김씨와 그의 가족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사법 역사상 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첫 재심 결정 사례로 강압 수사와 위법 증거 수집의 문제점이 다시 한번 드러난 만큼, 이번 판결이 재발 방지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