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주거지 스쿠터에 설치된 폭탄, 원격 폭발
우크라 검찰 "화학무기 사용" 혐의로 전범 판결 하루만
"러 지도부 불안하게 만들려는 전략…전세엔 영향 없어"
◆…러시아군 화생방 총괄사령관 이고르 키릴로프가 사망한 모스크바 폭발 현장 2024.12.17 <사진 로이터>
◆…모스크바 남동부 주거지에서 러시아군 화생방 총괄사령관 이고르 키릴로프와 그의 보좌관이 아파트 건물 밖을 걷고 있다. 2024.12.17<로이터 입수 영상 캡쳐>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러시아군 고위 인사인 이고르 키릴로프 화생방 총괄사령관이 사망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이번 공격이 러시아의 전쟁 범죄에 대한 보복임을 강조하며 책임을 인정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키릴로프 총괄사령관과 그의 보좌관은 모스크바 남동부 주거 지역에서 전동 스쿠터에 설치된 폭탄이 원격으로 폭발하면서 사망했다.
CNN이 입수한 영상 속에는 두 남성이 아파트 건물에서 나와 차량으로 걸어가는 순간 폭탄이 터진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폭탄의 폭발력이 TNT 300g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폭발이 이뤄진 장소는 크렘린궁에서 약 7km 떨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릴로프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래 폭발 사고로 사망한 러시아군 인사 중 가장 고위급이다. 그는 러시아의 방사선, 생물학, 화학 방호군을 이끌던 인물로 우크라이나 침공 중 금지된 화학무기 사용을 지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러시아 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폭발은 우크라이나 검찰이 키릴로프를 금지된 화학무기 사용 혐의로 궐석 재판에서 유죄 판결한 지 하루 만에 발생했다. 조사위원회는 이번 사건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소식통은 로이터, CNN에 이번 공격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
소식통은 "키릴로프는 전쟁 범죄자이자 정당한 표적"이라며 "그는 금지된 화학물질을 우크라이나 군대에 사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인을 죽이는 모든 사람은 이와 같은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될 것이다. 전쟁 범죄에 대한 응징은 필연적이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영국 또한 키릴로프가 금지된 화학무기인 클로로피크린을 우크라이나 군대에 사용했다는 혐의로 그에 대한 제재를 가한 바 있다. 클로로피크린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최루제로 사용되었으나, 1993년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따라 금지된 무기이다.
SBU는 전날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침공 이래 키릴로프의 명령으로 4,800건 이상의 화학탄 사용 사례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특히 자극성 화학 물질이 장착된 수류탄이 주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키릴로프는 생전에 서방과 우크라이나가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반복하며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주요 인물로 주목받았다. 그는 2022년 10월,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에 방사성 물질을 확산시키는 "더티 밤"을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키릴로프를 애도하며 "그는 사람들의 등 뒤에 숨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키릴로프가 "수년간 앵글로색슨족의 범죄를 체계적으로 폭로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 군 관계자들을 표적으로 한 공격을 단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크림반도에서 발생한 차량 폭탄 테러로 러시아 흑해 함대의 고위 장교인 발레리 트란코프스키가 사망했다.
마크 갈레오티 러시아 분석가는 이 같은 암살이 "크렘린의 보안 체계에 수치를 안겨줄 수 있으나 러시아의 전쟁 수행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고위급 관계자를 겨냥하는 전략이 러시아 지도부를 불안하게 만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는 전쟁을 끝내지는 못하겠지만, 전쟁을 지지하는 데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