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표단 일단 거부했지만 트럼프 언제든 마음 바뀔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로이터>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동유럽 철군을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2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러 고위급 회담에서 러시아가 '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건으로 동유럽의 나토군 철수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FT는 "미국 대표단은 이 같은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협상을 위해 무엇을 러시아에 양보할지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했다.
유럽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오는 24일과 27일 각각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2년 2월24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하면서 나토의 동진(東進)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저지를 '특별 군사작전'의 명분으로 삼았다.
크리스티안 디아코네스쿠 루마니아 대통령 국가안보 보좌관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말 미국, 영국, 소련 등 연합국이 얄타에 모여 전후 처리를 논의한 것을 언급하며 "미국과 러시아의 회담은 새로운 얄타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그는 "상황은 시간마다 또는 날마다 바뀔 수 있다"며 "미국이 푸틴 대통령의 요청을 결국 받아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음주 프랑스, 영국 정상들이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굴복하지 않도록 설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마니아의 국방 전문가인 산두-발렌틴 마테이우는 "유럽이 다시 역사적 갈림길에 섰다"며 "유럽은 1938년 체코슬로바키아 영토의 일부를 아돌프 히틀러 독일 총통에 넘겨준 뮌헨 협정을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유럽의 안보 체제가 다시 훼손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안보 보장을 철회하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고 유럽 전체가 일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스테판 비진스키 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바르토시 리들린스키는 "현재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폴란드보다 얄타에 더 가깝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 팔아 넘길 수 있다면 향후 발트해 연안 국가나 폴란드에도 똑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