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유 공급방식 개선, 단속 강화 등 대책마련 '절실'
농·어업용 및 원양어선에 공급되는 면세유 부정유통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면세유 탈세 방지를 위한 T/F를 구성,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기 때문이다.
농·어업용 면세유 및 원양어선 등에 공급되는 면세유 제도가 도입된 이후 면세유 부정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및 처벌이 강화되어 왔지만,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
정부의 대책과 처벌을 비웃듯 부정유통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면세유는 휘발유 등 석유에 붙는 50%에 가까운 유류세를 면제, 농·어민 등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일반 과세유와 면세유간 '가격차이'가 부정유통의 씨앗으로 작용, 면세유 '모럴헤저드'가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는 매년 면세유를 통해 1조5000억원∼2조원 가량의 조세지원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상당부분이 부정유통 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규모가 본래의 취지에 맞게 농·어민 등에게 공급되는지는 제대로 파악이 불가능한 실정.
이로 인해 국민의 혈세로 채워진 국고가 줄줄 새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획기적인 부정유통 방지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정부 입장에서는 면세유 부정유통만 제대로 잡아내도 적게는 수 백억원, 많게는 수 천억원 가량의 세수일실을 막아낼 수 있다. 그 동안 지속적으로 면세유 부정유통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을 거듭해 왔던 것도 이 때문.
그러나 현재로서는 정부의 대책은 면세유 부정유통의 뿌리를 완전히 뽑아내는데 사실상 실패한 상황이다. 심심치않게 국세청 등에서 면세유 단속으로 부정행위를 적발하고는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 면세유 제도란?= 1986년부터 농·어업용으로 사용되는 석유류에 제반 세금(유류세)을 면제하는 면세유 제도가 시행됐다. 당초 한시적 제도로 도입됐지만 2∼3년 주기로 일몰연장을 거듭하며 지난 25년 동안 유지되어 왔다.
농·어민이 면세유 관리기관인 농업협동조합, 수산업협동조합 등에 농·어업용 기계 및 선박 등을 신고, 면세유류 구입카드(또는 출고지시서)를 발급 받아 주유소 등 석유판매업자에게 세금이 붙지 않은 유류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지원되고 있다.
현재는 농·어업용 기계의 보유 대수가 많을수록 유류 사용이 많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면세유가 지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상면세유는 외국항행 선박 및 원양어선에 공급하는 유류에 세금을 면제해주는 제도로 같은 방식으로 면세유를 공급받게 된다.
면세유는 농·어민 등의 유류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 있지만, 농·어업용으로 사용되는 유류가 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유류에 비해 환경, 교통혼잡 비용 등 사회적 비용을 덜 유발하기 때문에 이를 감면해주는 측면도 있다.
다만, 유류가격에서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50%정도 되기 때문에 면세유와 일반유류 가격이 차이가 발생, 사실상의 탈세나 다름 없는 부정유통에 대한 '유혹'이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정부에 따르면 면세유(해양면세유 포함) 지원규모는 지난 2005년 1조1400억원, 2006년 1조8300억원, 2007년 1조9500억원, 2008년 1조5300억원, 지난해 1조5000억원(잠정) 등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 사라지지 않는 면세유 부정유통 '커넥션'= 면세유는 농·어민에게 공급되는 과정에서 부정유통되거나 면세유를 공급받은 농·어민이 농·어업활동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의 면세유 제도 도입 취지는 부정유통자들에게 전혀 '고려사항'이 되지 않는 셈.
주유소 등 석유판매업자가 농·어민과 짜고 석유를 빼돌리거나 면세유 관리기관인 농협 등의 직원이 부정유통을 중개하는 사례 등 부정행위의 방식도 다양하고 지능적이다.
지난 2007년에는 면세유 부정유통과 관련, 감사를 받던 농협직원이 자살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으며 올해 초에는 허위로 어업허가를 받고 어업용 면세유를 지급 받아 자동차 주유 등에 사용한 부정행위자들이 적발, 검찰에 기소되는 일도 발생했다.
해양면세유의 경우 해양선이 면세유를 싣고 가다가 육지로 돌아와 면세유를 팔아 먹는 등의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유통을 차단할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부정유통이 활개를 치면 칠수록 정부의 단속 및 제재는 점차 강화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 2007년 면세유류 구입카드 사용대상을 연간 1만ℓ이상을 사용하는 농·어민에서 면세유를 사용하는 전체 농·어민으로 확대했으며, 면세유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경우 가산세율을 10%에서 40%로 높이기도 했다.
또한 농·어업용 기계를 허위 신고하거나 부정유통할 경우 2년간 면세유 공급을 중단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아울러 부정유통에 개입한 농·수협 임직원이나 주유소 등 석유판매업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했다.
석유판매업자가 부정유통에 개입하면 3년간 면세유 판매가 금지된다.
지난해에는 좀 더 처벌수위를 높여 면세유를 부정유통할 경우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의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조세범처벌법을 개정했다.
□ "단속 강화·공급방식 개선 등 종합대책 필요"= 면세유 부정유통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제도 및 처벌 등이 강화되고 있지만, 면세유 부정유통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최근 고유가 기조에 편승, 좀 더 많은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부정유통의 유혹은 더욱 강렬해진 상황이다.
면세유 부정유통 차단의 즉효약은 제도의 '폐지'다.
면세유 제도가 '일몰'이 정해져 있는 한시적 제도이기 때문에 원칙적인 폐지는 가능하다. 다만 취약층인 농.어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 정치권 등의 '입김'등 폐지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은 그야말로 첩첩산중.
지난 25년 동안 일몰연장을 거듭, 이제는 '기득권'처럼 되어버렸다는 점도 제도 폐지를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으로 만들어 놨다.
따라서 제도를 유지하되 면세유 부정유통 차단막을 좀 더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제도적 측면에서 면세유를 공급하는 방식 등을 개선하고, 행정적 측면에서 전반적인 단속의 수위를 현재보다 수 배 이상 강화하는 등의 복합적인 종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2006년말 한국조세연구원이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면세유 제도 개선연구'에 관한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농·어민이 실제로 사용한 면세유류 양을 추적해 사후적으로 환급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다만, 전자태그(RFID), 선박위치모니터링시스템(VMS) 등의 시스템을 갖춰야 하므로 행정비용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지만, 점차적으로 농·어업용 기계를 신고해 면세유를 배정 받는 방식보다는 사용량을 측정해 환급 받는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현재 면세유는 농·어업용 기계류를 신고하고, 신고량에 따라 면세유류 구입카드를 발급, 면세유가 공급되는 방식이다. 농·어업용 기계류가 많으면 사용량도 많을 것을 전제로 공급이 이뤄지는 방식이어서 '허점'이 많다는 것이다.
한편 면세유 부정유통을 단속하는 기구를 상시화하거나 일원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든 목소리가 높다. 현재는 농림수산식품부, 기획재정부, 해양경찰청, 국세청 등으로 관리·단속하는 기구가 분산돼 있어 제도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일부에서는 높은 유류세 세율이 면세유 부정유통을 심화시킨다며 유류세 세율을 낮추면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지만, 석유 등 에너지 절약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세율을 낮추는 것은 바람직하다 않다는 반대 의견이 우세해, 실현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