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유럽 소비세 인상 릴레이, 대한민국은?

□ 유럽 '재정적자'…소비세 인상으로 '벌충'= 최근 그리스를 중심으로 유럽국가들이 재정적자로 인한 위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차원의 대규모 자금지원은 물론, 각국에서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세금인상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조세정책은 모두 '소비세 인상'이라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소비세인 부가가치세는 경쟁적인 세율 인상정책이 두드러진다. 그리스와 영국,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아일랜드, 헝가리 등은 지난해부터 부가가치세율을 1~3%p 인상했고, 스페인과 핀란드도 오는 7월부터 세율을 높이기로 했다.

국가 입장에서는 부가가치세율을 높이는 것은 세원분포가 넓고 조세저항이 적기 때문에 가장 손쉬운 세수확보 수단으로 꼽힌다.

유럽국가들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부가가치세율 인상 정책을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평균 세율은 20%대에 이른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1977년 부가가치세 제도가 도입된 이후 30여년간 10%의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 술·담배 '죄악세'도 단골 메뉴=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술과 담배에 대한 세금을 무겁게 매기고 있다. 해외에서는 음주나 흡연에 대한 세금을 'sin tax'라고 부르는데, 직역하면 '죄악세'가 된다.

죄악세는 음주나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사회적 비용을 세금으로 거둔다는 의미인데, 국민건강을 보호하는 측면도 있지만 세수확보를 위한 수단으로도 쓰인다.

최근 가장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는 재정긴축 프로그램을 통해 주류와 담배세, 유류세를 10% 추가 인상하기로 했다.

영국은 주류와 담배에 대한 세율을 1~2% 인상했고, 일본도 오는 10월부터 담배 1개비당 3.5엔의 세율을 높일 예정이다.

□ 정부도 도입 필요성 인정…비난여론 '전전긍긍'= 우리나라 정부도 소비세 강화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도입을 추진했다가 비난여론에 휘말려 무산된 경험이 많다.

지난해 기획재정부는 외부용역 보고서에 부가가치세 등 소비세 강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가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정책 대신 서민의 세부담만 늘리려한다는 비난의 화살을 무수히 얻어맞은 끝에 철회했다.

이후 발표한 세제개편안에는 술과 담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시키려다가 유사한 이유로 '죄악세'라는 거부감만 심어주고 정부 스스로 도입을 포기했다.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 국민여론이 '서민층 증세'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는 측면도 있지만, 현 정부의 '부자 감세' 논란과 맞물리면서 타이밍이 엇갈렸다.

흡연과 음주에 대한 사회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 관련 세금을 강화하는 것은 충분히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입안에 실패하는 것은 정부의 대국민 홍보가 미숙했기 때문이라는 자체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정부는 해외 사례를 들어 도입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납세자의 불만만 키우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