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發 금융위기…정부부채 급증으로 '재정난' 심각
부가세율 앞다퉈 '인상'…우리나라는 30여년째 '제자리'
최근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아일랜드 등 일명 'PIIGS'라고 불리는 유럽국가들이 정부부채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스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지원을 받고 있는 상태이고,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심각한 재정적자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탈리아와 아일랜드도 상황이 좋지 않다.
구제금융지원을 받기 위한 우선조건으로 강력한 '재정긴축안'을 발표한 그리스를 비롯해 포르투갈, 스페인 등의 국가들이 정부부채를 줄이고 재정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부가가치세 및 소비세 인상을 포함한 재정정책을 내놓고 있다.
□ 그리스, 스페인 등 유럽 정부부채 급증…재정건전성 최악= 유럽발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는 공공부문에 대한 과도한 재정지출과 탈세 및 부정부패 등으로 인해 심각한 재정적자에 빠져 있다. 유럽연합의 통계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부채는 총 3000억유로에 달하며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선 지 오래다.
그리스 의회는 6일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공무원 임금삭감과 세금인상 등의 내용을 담은 재정긴축안을 통과시켜 EU와 IMF로부터 3년간 총 11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지원을 받게 된다.
그리스는 구제금융지원으로 당분간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는 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재정긴축안에 대한 국민들의 거센 반대와 그리스에 대한 시장의 불신 등으로 인해 재정위기 극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포르투갈도 그리스 못지 않게 재정상태가 좋지 못하다. 지난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9.4%로 급등했고, 경제성장률이 -2.7%에 머물렀다.
포르투갈 정부는 재정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세금감면을 줄이고 증권투자수익에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등의 정책을 마련했지만, 지난달 28일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등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스페인도 국가부채가 4조9000억달러에 달해 심각한 재정위기 상황에 빠져있다. 스페인 정부는 12일 공무원 임금을 삭감하고 공공부문에서 1만3000명을 감원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150억유로 규모의 재정긴축정책을 발표했다.
이탈리아와 아일랜드도 상황이 좋지 않다. 이탈리아의 경우 정부부채가 올해 GDP의 118%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재정적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14.5%(그리스 13.6%)로 나타나 유로존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 부가세율 인상으로 대안 모색…대부분 20%대= 최근 재정위기에 처한 유럽국가들이 발표·시행하고 있는 정책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 형태의 소비세 인상이다.
그리스는 3월 부가가치세율을 19%에서 21%로 올렸고, 개별소비세 과세대상인 유류, 주류, 담배 등의 세율도 인상했다. 그리스 의회는 이달 6일 부가가치세율을 23%로 다시 2% 인상하고, 유류, 주류, 담배 등의 세율도 10% 추가 인상하는 긴축재정안을 승인했다.
스페인도 7월부터 부가가치세율을 16%에서 18%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스페인의 부가세율 18%는 유럽국가들 중 낮은 편이다.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은 부가가치세율을 15% 이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3개국의 부가세율이 25%로 가장 높고, 스위스(7.6%)를 제외하면 영국이 15%의 부가세율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재정위기에 처한 유럽국가들이 부가세율을 인상하고,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의 부가세율이 15% 이상으로 높은 이유는 부가세가 정부입장에서 가장 손쉬운 세수확보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부가세는 간접세 형태의 소비세로써 다른 세금들에 비해 과세가 간단하고 세수확보가 용이하며, 국민들의 조세저항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 우리나라 세율은?‥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OECD 30개 회원국의 평균 부가가치세율은 17.6% 수준이다.
〈표〉 OECD 30개 회원국 부가가치세율 (2009년 1월 기준)
부가세율이 높은 순으로 살펴보면 1위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 25%, 4위 아이슬란드 24.5%, 5위 핀란드·폴란드 22% 등의 순이며, 우리나라는 10%의 세율로 25위에 해당한다.
OECD 회원국 중 부가세율이 20% 이상인 나라가 12개국, 15% 이상인 나라는 23개국이다. 우리나라보다 부가세율이 낮은 국가는 부가세를 도입하지 않은 미국을 제외하면 스위스(7.6%)와 캐나다·일본(5%) 뿐이다.
우리나라는 1977년 부가세를 처음 도입한 이후 30여년 동안 10%의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