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인상 여파…거래중단 사태 우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대기업과 중소협력업체 사이에 납품단가 인상 문제로 갈등이 빚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일부 중소 납품업체들은 경영난을 호소하며 아예 생산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시위에 나서기도 해 후유증이 커질 전망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장재용 골판지를 만드는 중소업체 4곳은 대기업인 C사와 최근 납품가 인상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C사는 4개 업체 중 1곳과 견해차를 좁혀가고 있지만 나머지 3곳은 더 높은 인상률을 제시하며 협상이 결렬될 경우 납품 중단 등으로 맞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주물업계에서는 이미 일부 업체에서 생산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주물공업협동조합 회원사 250곳 중 절반 이상은 고철 가격 인상분을 납품가에 반영할 것을 요구하며 지난 18일부터 조업하지 않고 있다.
단조업체들도 원자재 가격 상승률에 비해 납품 가격 인상 정도가 턱없이 모자라다며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단조공업협동조합은 "주요 원자재인 환봉 가격이 지난 5개월 사이 13% 이상 올랐지만 납품가는 도무지 인상될 기미가 없어 중소기업들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납품 단가 문제로 중간재 거래에 차질이 생기면 그 피해는 관련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토끼뜀'을 뛰는 원자재 가격과 '거북이걸음'을 하는 납품단가 사이의 간극을 메워줄 대책을 양측이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작년 4월부터 하도급업체와 원사업자가 원자재 가격 변동이 있을 때 반드시 납품가 조정 협의를 하도록 하는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사례에서 나타난 것처럼 이 제도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중소업계 관계자는 "대·중소기업 간의 교섭력 차이 등을 감안한 보완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대·중소기업이 서로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타협하는 상생의 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