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올해 가게문을 한 번도 열지 못했다.
지난해 말 남편이 중병에 걸려 남편의 병간호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남편의 건강상태는 호전이 됐지만 A씨에게는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겼다. 종합소득세 확정신고를 해야 하지만 장사를 하지 못해 당장 세금을 낼 돈이 없었던 것이다.
그동안 모아뒀던 돈도 남편 치료비 등으로 대부분 사용했고 앞으로 들어갈 약값 등 부담을 생각하면 그나마 남아 있는 돈으로 세금을 내버리기도 곤란한 상황. 아픈 남편에게 걱정거리를 털어놓을 수도 없고, A씨의 속은 바짝 타 들어가고 있다.
소규모 기계부품 공장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 B씨도 세금 때문에 고민이다.
업계 관행상 대부분 외상거래를 하고 있는데 최근 시장상황이 안 좋아 외상매출금을 몇 달째 받지 못하고 있다. 직원들 월급도 밀릴 판에 세금까지 내야하니, 말 그대로 '환장'할 노릇이다.
종합소득세 확정신고 기간인 매년 5월이 되면 이런 저런 이유로 돈이 없어 종소세 신고·납부를 고민하는 납세자들을 찾아볼 수 있다. 세금을 내지 않으면 추후 가산세도 내야하고, 최악의 경우 체납자로 낙인찍히는 등 부담이 상당하다.
그렇다고 땡빚을 내서 세금을 낼 수도 없는 일이다. 진퇴양난,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 소득세 신고·납부기한 연장 가능= 현행세법에서는 납세자가 세법이 정하는 일정한 사정으로 인해 세금신고, 서류 제출, 납부 등이 어려운 경우 기한연장 신청을 통해 그 기한을 연장해 주고 있다.
세법이 인정하는 기한연장의 사유로는 ▲천재지변, 화재 등의 재해 및 도난 ▲납세자나 동거가족이 질병으로 위중하거나 사망해 상중인 경우 ▲사업의 심각한 손해 및 사업이 중대한 위기에 처한 경우(납부연장만 가능) ▲납세자의 형편, 경제적 사정 등을 고려해 기한의 연장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납부연장만 가능) 등이 있다.
그렇다면 A씨의 경우는 어떨까. 남편이 질병으로 위중한 상태이므로 소득세 신고·납부기한 연장신청이 가능하다. B씨의 경우에는 현행 세법이 '사업이 중대한 위기에 처한 경우'를 판매격감, 거액매출채권 회수곤란 등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납부기한 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
최근 국세청은 재해에 해당하는 구제역 피해를 입은 농민들에게 소득세, 법인세 등 각종 국세의 납부기한을 최장 6개월까지 연장하고, 이미 납세고지서가 발부된 국세의 경우 최장 9개월까지 징수를 유예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신고·납부 등의 기한연장은 3개월 이내로 하며, 기한연장의 사유가 해결되지 않은 경우에는 관할 세무서장이 1개월 범위에서 다시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추가 연장 후에도 관할세무서장은 9개월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 기한연장 신청시 유의사항= 신고·납부 등의 기한연장을 받으려는 납세자는 기한 만료일 3일 전까지 주소, 성명, 연장기한, 연장사유 등을 적은 '기한연장승인신청서' 또는 '납부기한연장승인신청서'(납부기한연장만 신청하는 경우)를 관할 세무서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세법이 정한 기한연장의 사유 중 ▲사업의 심각한 손해 및 사업이 중대한 위기에 처한 경우 ▲납세자의 형편, 경제적 사정 등을 고려해 기한의 연장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납부기한 연장만 가능하므로 신고 및 서류제출은 정해진 기한 안에 마쳐야한다.
즉, A씨의 경우는 소득세 신고와 납부 모두 기한연장을 신청할 수 있지만, B씨의 경우에는 납부기한 연장만 가능하며 소득세 신고는 원래의 기한(5월31일)내에 마쳐야한다.
한편 관할 세무서장은 기한연장을 신청하는 납세자에게 납부금액에 상당하는 담보를 요구할 수 있다. 천재지변 등의 재해를 제외한 나머지 경우에는 세무서장이 담보를 요구할 수 있고, 납세자가 담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기한연장을 취소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정전, 프로그램 오류 등의 부득이한 사유로 한국은행 및 체신관서 정보통신망의 정상가동이 불가능한 경우 ▲금융회사 또는 체신관서의 휴무 ▲국세청에 장부나 서류가 압수된 경우 등에 해당하면 세금의 신고·납부 및 관련 서류 제출 등의 연장이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