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 이어 헝가리까지 재정 위기가 발생하면서 유럽발 충격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출구전략이 당분간 지연될 전망이다.
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들이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부산에 모여 유럽발 재정위기 사태를 논의한 결과, 세계 경제가 회복 국면에 있지만 여전히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림에 따라 우리나라 또한 금리 인상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이 사실상 유보 국면에 접어들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 또한 현 시점에서 출구전략을 본격 시행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음을 토로했을 정도다.
윤 장관은 G20 회의가 끝난 뒤 출구전략의 적절한 시기에 대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세계 경제가 회복세로 들어섬에 따라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 논의가 있는게 사실"이라면서 "한국의 금리문제는 금통위에서 경제 전반에 관한 사항이나 국제적인 흐름 등을 종합해 판단할 것으로 보며 정부는 그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다만 최근의 유럽에서 일어나는 남유럽 사태가 일부 나라에 대해 출구전략 시행을 늦추게 하는 간접적인 효과가 있다"고 강조해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 불확실성을 고려해 아직 금리를 올릴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다.
특히 윤 장관의 이날 발언은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이 우리나라의 '강력하고 빠른' 경제 회복세를 강조하면서 금리를 올릴 때가 됐다고 조언한 뒤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즉 윤 장관은 국제기구들이 우리나라의 경기 회복세와 펀더멘틀을 높이 평가해 금리 정상화를 주문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개방 경제로 대외 변수에 취약한 면이 많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는 주요 선진국들보다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고충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스트로스-칸 총재는 "한국 경제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제 회복을 뒷받침하는 통화정책을 계속 유지하면서 금리 정상화 과정을 시작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구리아 사무총장도 "한국의 정책금리는 지난해 2월부터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이례적인 완화 기조가 계속되고 있다"며 "목표 범위 내에서 물가상승률을 유지하고 인플레 기대심리를 붙들어두려면 정책금리를 정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발언은 그동안 우리 경제가 숨 가쁜 회복세를 보여 이제는 향후 현실화될 물가상승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까지 경기 회복세만큼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이 높아지지는 않고 있어 인플레 우려 때문에 금리를 올려야 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경기 회복세와 더불어 우리나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게 대외 변수인데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면서 "이번 G20 회의에서도 세계 경제가 불안하다는 점을 서로 확인한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의 거시정책 기조를 당분간 유지한다는데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