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참패'를 당했다.
지방선거라 하면 각각의 지방정부마다 그 지자체 행정 및 교육 등을 이끌 적임자를 선출해야 하는 것이겠지만, 선거결과를 어느 정당의 승패 여부로 평가하는 것을 보면 현실은 그러한 판단 이외에 다른 요소도 함께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 이후 지방선거에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의 장, 지방의원 및 교육감의 구성을 볼 때 선거 이전보다 중앙정부의 정책과는 다른 입장을 보일 지방정부가 많을 것이다. 세금과 관련된 부분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런데 세금에 대한 정책을 놓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이해를 달리하는 경우는 어떠한 경우가 있을까? 대표적인 경우로는 참여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도입, 참여정부와 현 정부의 지방소득세 및 지방소비세 도입을 들 수 있다.
먼저 종합부동산에 대한 것을 살펴본다. 종합부동산세 도입시 부동산 보유단계의 세부담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납세의무자의 조세저항 이외에도, 지방세인 재산세와 종합토지세의 체제에서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 체제로의 전환에 따라 종전 지방정부의 세수입이 중앙정부의 세수입으로 바뀌는데 대해 일부 지방정부의 반대가 있었다.
의원입법의 형식으로 제안된 종합부동산세법은 2005년 1월 5일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 뿐만 아니라 통과된 이후에도 일부 지방정부의 반대가 있었다. 일부 지방정부와 국회간의 권한쟁의문제로 비화되며 헌법재판소까지 갔었다.
2006년 5월 25일에 헌법재판소가 해당 건에 대해 각하결정을 하기는 했지만, 그 당시 세금을 놓고 중앙정부와 일부 지방정부의 서로 다른 정서를 읽을 수 있는 사건이라 할 것이다.
현 정부 들어와서 2008년 11월 13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과 그에 따른 종합부동산세 개정에 따라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개정이전보다 줄어들기는 하였지만, 계속해서 종합부동산세 존치여부가 논란이 되었다.
현 정부에서 부동산 보유단계의 세금은 줄어들었고 이는 부자감세라는 비판의 대상이 된 바 있다.
주택 및 토지의 공시가격 상승으로 2010년 종합부동산세 부과대상이 작년보다 18.7% 더 늘어난 25만3000명이 될 예정이고 세수도 작년보다 1347억 원이 더 늘어난 1조1023억 원으로 추산되지만, 법이 바뀌지 않았다면 훨씬 더 높은 세금 부담을 납세의무자가 져야 했을 것이다.
지방정부의 경우 재정자립도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부동산 보유에 따른 세금을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가 걷기를 원할 수 있고 이러한 입장에서 보면 국세인 종합부동산세의 폐지에 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자감세로 보일 수도 있는 종합부동산세 폐지에 대해 민주당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은 실제로 어떠한 의견을 보일까?
종합부동산세는 수도권에서 주로 부담하기 때문에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첨예한 관심사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서울의 경우에는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관련해서는 복잡한 정치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현재 서울시의 경우 재산세는 구청에서 절반, 서울시 자체에서 절반을 부과하고, 종합부동산세는 국세청에서 부과를 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로 서울의 경우에는 시장은 한나라당쪽이지만, 구청장과 서울시 위원은 민주당쪽 사람이 대부분 장악하게 되었다. 21명의 구청장, 79명 서울시의원(전체 의원의 약 4분의 3)이 민주당쪽 사람이다. 이에 반해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많이 하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의 구청장은 한나라당쪽 사람이 되었다.
현재와 같은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체계를 갖출 때에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간, 기초자치단체 상호간 다툼이 있었는데, 부동산 보유세 체계의 일원화라는 이유로 현재의 과세체계에 손을 대는 경우 또 다시 이러한 다툼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
중앙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지방정부가 모두 환영하지도 않는데 국세수입을 줄이면서까지 종합부동산세를 개편하려는 시도를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이나 국회를 통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 또는 폐지안 제출이 강행될 수도 있으나, 지방세법 개정과 연계해 개정되어야 할 것이므로 지방정부의 의사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다. 담세력의 기준의 하나인 '재산'을 기준으로 한 세금에 대한 변화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에 대한 것이다.
지방세법을 분법화하고 지방세 세목을 대폭적으로 간소화하는 지방세법 개정논의는 참여정부 때부터 있었다. 그렇지만 국세 세수입이 지방세 세수입으로 일부 전환되는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 도입 찬성 여부 때문에 현 정부에 와서야 관련 지방세법이 개정되었다.
현 정부에도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위 세목 도입이 진행되지 않았지만, 수도권 규제완화 논의가 진행되면서 수도권 이외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수입에 대한 배려의 필요와 연계되면서 극적으로 도입되어 2010년부터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 징수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방소득세의 경우에는 종전 소득할주민세와 종업원할사업소세가 명칭이 변경된 것으로, 세액을 비롯한 과세체계는 기존과 동일하다.
지금 당장은 납세의무자의 세부담이나 지방정부의 세수입에 있어서는 사실상 변화가 없는 개정이다. 그렇지만 2013년 이후 과세체계를 어떻게 변경할 지에 따라 지방정부의 세수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방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재정수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지방소득세의 세율을 올리고 싶을 수는 있으나, 현재의 지방소득세의 비례세율 체계 하에서 소득세 및 법인세와는 별개로 지방소득세 세율만을 올릴 때 예상되는 주민의 반대를 생각하면 쉽게 세율 인상을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현 정부가 2011년까지 유예한 소득세 및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정책은 이를 반대하여 지방소득세 세수입이 줄어드는 것도 막고 대다수 주민의 지지를 이끌어 내려 할 가능성은 높다. 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면서도 실속을 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지방소비세의 경우에는 도입당시 여러 방안이 모색되었지만 현재는 국세인 부가가치세액의 5%를 시도세로 이양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지방정부로서는 5%의 비율을 더 높이려 할 것이고 각 지방자치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안분기준을 주장하려 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재정적자로 인해 부가가치세(일본의 세목명칭으로는 소비세) 5%(4%는 국세 수입, 1%는 지방세 수입) 세율을 10%로 인상하는 논의가 이번 나오토 신임 총리체제하에서 다시 쟁점화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현 정부의 경우에는 부가가치세 세율 인상을 조세정책방향으로 삼고 있지는 않다.
일본은 국채발행으로 재정을 충당하는데 한계에 부딪쳐 재정수입을 늘리고자 부가가치세 인상을 논의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4대강이라는 커다란 국책사업,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 등을 고려하면 어디서인가 재정수입을 확대할 곳을 찾아야 한다.
소득과세는 낮추고, 재산과세는 현행대로 유지한다면 결국 소비과세를 늘리거나 일정기간 동안 국공채발행으로 버텨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술이나 담배에 대한 소비과세를 인상하자는 주장은, 부자세금은 깎아주고 서민들 세금은 늘린다는 자극적 표현에 힘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또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 야당쪽 지방정부의 장이 종전보다 많아짐으로써 이러한 대립은 더 심화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를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보고, 이러한 중간평가의 대상이 현 정부가 보여준 조세정책방향에 대한 심판이라고 본다면 현 정부에서는 지금까지 취해온 조세정책방향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방선거의 향방을 가른 것은 세금문제 이외에 다른 것들이다. 또한 지방선거의 결과를 최근에 와서 정부에 대한 견제로 야당에 힘을 실어주는 지방선거의 양상을 보여준 것이라고 본다면 지방선거의 결과만을 놓고 국민의 뜻이므로 조세정책방향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앞으로 보일 정부의 조세정책이 종전의 입장을 고수하느냐 변경하느냐는 이러한 지방선거의 의미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이해하는 지방선거의 의미나 정부가 앞으로 취할 조세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2012년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 2012년 12월에 있을 대통령선거에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확실한 의사표현방법으로 사용하면 될 것이다.
우리나라 선거가 어떠한 정책대결 보다는 의외의 다른 변수에 따라 결과가 좌지우지되기도 하지만, 앞으로의 피선거권자 및 해당 정당의 성향과 능력을 정확하게 검증해 본다는 차원에서 조세분야만이라도 증세냐 감세냐, 소득·소비·재산과세의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이냐, 국세와 지방세의 세부담 격차를 어떻게 할 것이냐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이들의 명확한 입장과 근거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지방선거 이전 현 정부는 전반적인 감세기조, 소득과세 인하(일부 유보)·재산과세 유지 또는 인하·소비과세 일부 인상, 세원의 지방일부 이전 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현재의 경제상황과 국민 다수의 의견을 고려한 입장의 변화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이번 선거결과를 만회하고자 무조건 세금을 줄이고 재정지출은 늘리면서 부족한 돈은 국공채를 발행해 다음 정부 부담으로 떠 넘기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박훈 칼럼]
지방선거 이후 조세정책 방향은?
박훈
[약력]서울대 대학원 석/박사,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기획재정부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행정자치부 지방세지출예산제도 자문위원회 위원, 국회 입법지원위원, 서울시 지방세심의위원회 위원[저작권자 ⓒ 조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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