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수송동 국세청에서 만난 국세청 직원들은 매우 지쳐있었습니다. 때이른 여름 날씨에 적잖이 시달린 탓입니다.
기상청이 발표한 이날 기온은 섭씨 31.4도.
가만히 앉아있어도 온몸에서 땀이 흘러내릴 정도였습니다. 불시에 올라버린 수은주에 기업들은 사무실 온도를 낮추면서 쾌적한 업무환경 만들기에 한창입니다.
그러나 국세청 직원들에게는 '먼나라' 이야기입니다.
정부가 각 부처에 내린 에너지사용 지침 때문인데요.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각 부처에 냉난방기기 가동 기준을 시달했습니다. 에너지를 아끼기 위한 조치입니다. 기준을 보면 냉방기기는 섭씨 28도 이상, 난방기기는 섭씨 18도 이하에 왔을 때 가동하도록 규제가 되어 있습니다.
이날 수은주가 섭씨 28도 이상이니 각 사무실에 비치된 에어컨 등을 가동할 법도 합니다만 냉방기기 가동 일수를 연간 45일로 제한했다는 점이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세청은 이날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았습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예상되는 7월과 8월에 대비해 냉방기기 사용을 뒤로 미뤄둔 것입니다.
이에 국세청 직원들은 이날 하루종일 체열과 컴퓨터 등에서 나온 열기가 뒤범벅이 된 사무실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쉬운 대로 사무실 창문을 모두 개방한 채 더위를 식혀보려고 했지만, 그다지 효과는 없었습니다.
이에 참다못한 국세청 직원들은 '에너지 절약도 좋지만 일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국세청의 한 직원은 "더위가 찾아왔다고 동물원에도 냉방기기를 돌린다는데 우리는 뭐냐"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또다른 직원은 "더위에 지쳐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힘든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국세청 청사관리 부서는 직원들의 고충은 잘 알고 있지만, 정부가 관련 지침을 바꾸지 않는 한 문제해결은 어렵다며 이해를 구했습니다.
특히 정부가 연말 부처별 에너지절약 실적을 비교평가하는 까닭에 직원들의 고충을 덜어주기가 더욱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상황에 '며칠간 여름더위 지속'이라는 소식을 접한 국세청 사람들은 난감하다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더위로 인한 불편을 더 이상 참기 어렵다고 느꼈기 때문일까요.
한 직원은 기자에게 "우리가 얘기하기는 조금 곤란하니, 언론이 대신 지경부에 지침 변경을 건의해줄 수 없겠느냐"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이른 더위에 지칠대로 지친 국세청의 표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