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1일 밤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한달여간의 지구촌 최대의 축구 축제가 펼쳐지게 된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본선 B조에 포함, 12일 그리스 전에 이어 세계 최강 아르헨티나,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와 본선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이번 월드컵 대표팀을 살펴봤을 때 과거와 가장 달라진 점은 해외파 선수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리그인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 이청용을 비롯해 프랑스 리그에서 날카로운 킬러본능을 발휘하고 있는 박주영 등 해외에서 국위를 선양하고 외화도 벌어들이는 다수의 선수들이 선봉에 나서 사상 최초 월드컵 원정 16강을 노리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로 진출해 일반 근로자가 평생 일해도 모으기 힘든 금액을 연봉으로 받는 해외파 선수들은 세금을 어디에 얼마나 내고 있을까?
현재 가장 많은 세금을 내는 선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중인 '캡틴' 박지성 선수다.
박지성 선수의 연봉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약 360만파운드(약 6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영국 정부가 15만 파운드(약 2억7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50%의 소득세율을 물리고 있어 실질적으론 180만파운드만 받고 있는 셈.
영국의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은 1980년대 이후 꾸준히 40%대를 유지했지만 올해 4월부터 50%까지 올라간 상황이다.
이와 함께 프랑스 리그에서 뛰고 있는 박주영 선수의 연봉은 90만유로(약 13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원칙대로라면 프랑스 법에 따라 40%의 최고소득세율이 적용돼야 하지만 박주영 선수는 프랑스 정부에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유는 그의 소속팀이 도박과 조세회피국으로 유명한 모나코이기 때문.
프랑스 남쪽에 붙어있는 도시국가 모나코는 독립국이면서 프랑스 말을 쓰는 프랑스 문화권의 나라다.
축구팀인 AS모나코가 프랑스리그에 속해 있을 만큼 프랑스와 언어·문화적으로 관련이 깊다.
그러나 같은 문화권이라고 해도 조세제도는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프랑스가 40%의 최고세율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에 모나코는 국민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 나라다.
박주영 선수가 모나코에 급여계좌를 개설했다면 합법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영표 선수도 비슷한 경우다. 2008년까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던 이영표 선수는 사우디아라비아로 팀을 옮기면서 45%의 소득세율이 0%로 줄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모나코처럼 국민을 비롯한 거주자에게 세금을 걷지 않는다.
그렇다면 박주영 선수나 이영표 선수처럼 세율이 0%인 나라에서 돈을 번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한민국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정답은 '그렇다' 이다. 세금을 내지 않는 나라에서 거주자 지위를 얻은 우리나라 국민들은 원칙적으로 한국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그렇기 때문에 원칙만 놓고 보자면 두 선수 모두 합법적으로 어느 나라에도 세금을 내지 않는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