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납세자들의 마음 빼앗은 '명품'…채종일 세무사

"부자(富者)는 음탕하지 않고, 빈자(貧者)는 힘에 굴하지 않는 것이 대장부다."

우수한 품질의 '쌀' 생산지로 유명한 경기도 이천시 창천동에 소재한 채종일 세무사 집무실,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걸려 있는 편액에 적힌 글귀다. 글씨는 동양서예의 대가로 잘 알려진 故김응현 선생이 직접 써 준 것이다.

채종일 세무사는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꼭 한 번씩 읽고 마음에 되새기고 있습니다"라고 귀띔했다. 왜 그럴까.

"돈을 버는데 목적을 두기 보다는 어려운 납세자들의 권익보호, 품위 있는 세무사, 탈세를 부추기거나 부실한 세무대리를 하지 않겠다는 개업시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입니다"라고 채 세무사는 대답했다.

□ 지역 납세자들의 개업 11년차 '심부름꾼'

채 세무사는 1942년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초등학교, 경북중학교, 대구고, 경북대학교를 다닌 정통 '대구맨'이다. 1966년 국세청 개청과 함께 국세청에 투신, 33년 동안 공무원 생활을 했다.

사무관으로 승진한 이후부터는 양천세무서, 개포세무서, 평택세무서 과장보직을 거쳐 성남세무서 법인세과장을 끝으로 1999년 후배들을 위해 명예퇴직을 선택, 정든 공복(公服)을 벗었다.

이듬해인 2000년 1월, 채 세무사는 경기도 이천 지역에 둥지를 틀었다. 채 세무사가 개업할 당시는 이천 지역에 세무대리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했던 시절이다. 이 지역에서 지역 납세자들에게 제대로 된 세무대리 서비스를 제공해 보겠다는 일념으로 사무소를 열었다.

올해로 개업 11년차. 이천 지역 납세자들의 심부름꾼으로 정신 없이 일하다보니 세월이 쏜살같이 흘렀다. 앞뒤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다 보니 세무대리를 의뢰한 기장의뢰 업체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섰다고 채 세무사는 귀띔했다.

"세무사를 보좌하는 직원들이 얼만큼 꼼꼼하고 성의있게 챙겨주느냐, 또 세무사가 업무를 얼만큼 내일같이 챙겨보느냐가 관건입니다. 기장업체 관리, 즉 거래처의 많고 적음은 세무사가 관심과 열정을 갖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마음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구 20만명이 채 되지 않는 지역에서 이 정도 규모의 사무소를 꾸리기 위해서는 '네임밸류'가 아닌 '서비스의 질'로 승부해야 한다고 채 세무사는 강조했다.

"경제력을 따지면 서울 등 중심지와는 차원이 다르죠. 고객들의 선택의 폭이 좁다는 이점도 있지만, 요즘 고객들 '입맛'이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지역에서의 승부수는 '최고'가 되는 것 뿐입니다."

채 세무사는 세무대리를 의뢰한 납세자가 세무문제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제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사업자가 도울 일(?)은 채 세무사의 사무소에 세무 증빙자료만 빠짐없이 챙겨다 주면 '끝'이다.

국세청이 중점관리 대상으로 선정한 업종이나 고액납세자, 성실납세의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거래처의 경우라면 직원들에게 미루지 않고 대표인 채 세무사가 직접 챙기고 관리한다고 한다.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어, 직원들도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채 세무사가 직접 팔을 걷어 부치고 매달린다는 것이다.

법인세 또는 종합소득세 신고시에는 '채종일 세무사무소'만의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즉 법인 납세자들의 경우 가결산서를 만들어 납세자에게 직접 브리핑을 실시하는 것이다. 내가 낼 세금이 얼마나 되는지, 어떤 증빙이 추가로 필요한지를 납세자들이 미리 판단해보고 경영 등에 반영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한 차원이다.

채 세무사는 "지난 10년 동안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고객들에게 자동적으로 세금교육까지 이뤄지고 있습니다. 고객들의 납세의식 향상에도 저희가 상당히 기여했다고 자부합니다(웃음)"이라고 말했다.

□ 단골 고객 '북적'-"호형호제(呼兄呼弟) 하고 삽니다"

채 세무사가 보유한 거래처는 대부분 수 년간 계속 거래를 해온 '단골'들이다. 이렇다 보니 고객들과 스스럼 없이 호형호제 하는 등 각별한 관계로까지 발전했다고 채 세무사는 귀띔했다.

채 세무사는 호형호제 하는 고객들이 여기 저기 '입소문'을 내주는 등 새로운 고객 유치에도 큰 도움을 주는 '홍보맨'들이라고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정성이 담긴 서비스를 제공해주면 고객들도 반드시 보답을 해준다고 믿습니다." 채 세무사의 신념은 확고하다.

채 세무사는 고객 관리도 관리지만 직원들 관리에도 세심한 신경을 쓴다. 특히 교육과 직원복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사무소에 고용된 직원은 총 9명. 사훈은 '인화와 친절'이다. 9명 직원들 모두 세무사무소에서는 보기 드물게 유니폼을 맞춰 입고 있다. 싼값의 유니폼도 아니다. 한 벌당 20만원이 훌쩍 넘는 '고급' 유니폼이다. 계절마다 한 벌씩 총 4벌의 유니폼을 직원들에게 제공했다.

유니폼의 위력은 조직에 대한 자부심과 직원간 단합, 그리고 인화를 '채종일 세무사무소'의 강점으로 만들어줬다고 채 세무사는 자평했다.

직원들에게 채 세무사가 던지는 유일한 '잔소리'는 친절이다. 채 세무사는 틈나는 대로 직원들에게 친절교육을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치열한 교육으로 고객들이 채 세무사의 사무소를 방문하면 '왕'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납세자가 엉뚱한 말(?)을 해도 직원들은 미간을 찌푸리거나 말을 끊지 않는다고 한다. 일단 납세자의 말이 가장 옳다고 인정하고 최대한 경청하는 자세를 가지고 견지한다. 친절한 직원들의 태도는 채종일 세무사무소를 지역의 '명품 세무사무소'로 키운 또 다른 원동력이다.

"우리 사무소는 전산회계 2급 이상 자격증이 없으면 아예 채용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산회계 1급 자격증이 있으면 매월 5만원씩 자격수당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납세자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실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죠. 가만보자... 우리 직원(9명) 중 7명이 전산회계 1급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습니다. 실력은 곧 자신감이고 (납세자에게)'믿음'을 창출해 냅니다."

□ 영세사업자님들 오십쇼, '무료 신고대행' 해드립니다

"아마 돈벌이를 먼저 생각했다면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겁니다." 지역 납세자들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채 세무사만의 남다른 비결을 공개했다.

영세사업자들을 귀찮게하는 부가세확정 및 종합소득세신고 대행업무를 전부 '무료' 로 서비스 해주고 있다고 했다. 신고서에 아예 '무료신고'라는 표식까지 분명히 찍혀 있다. 신고대행을 요청하러오는 납세자들도 마음이 편하고 직원들도 업무처리가 상대적으로 명쾌해서 반긴다고 채 세무사는 귀띔했다.

이렇다 보니 지역에서 '세무사 채종일' 입소문이 나지 않을 재간이 없다. 무료대행 서비스를 받은 납세자들도 앞서 '호형호제'하는 고객들과 마찬가지로 음양에서 '홍보맨'으로 활동해 준다는 것이다. 시간은 다소 걸리지만 입소문 위에 올라탄 고객들이 사무소를 방문한다.

채 세무사는 "무료신고라고 해도 절대 대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더 신경을 써서 챙겨봅니다. 정기신고때 신고서가 많을 때는 집으로 가져가서 챙겨봅니다. 납세자들이 믿고 오셨는데 대충하면 안되죠. 그래서 도장대신 직접 사인을 합니다"라고 말했다.

사무소의 한 여직원은 "업무적으로는 아주 엄격한 '호랑이 선생님' 같습니다. 그러나 업무에 대해 꼼꼼하게 잘 가르쳐 주시고, 직원들의 생일까지 꼬박꼬박 챙겨주는 등 직원복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십니다. 호랑이 같은 모습 이면에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도 가지고 계시는 분입니다"라고 치켜세웠다.

 □ 봉사활동도 활발, 명품의 조건 다 갖춘 '세무사 채종일'

채 세무사가 사는 곳은 이천이 아닌 서울 역삼동. 개업 이후 현재까지 서울 집을 출발해 동서울 터미널발 이천행 9시 버스를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고 한다.

대중교통만을 이용해 서울과 이천을 오고가는 하루 4시간 출퇴근을 10년 동안 반복해 왔다.

이 같은 성실함은 이미 소문이 날 데로 났을 정도다. 채 세무사의 성실함과 납세자에 대한 배려심을 익히 전해들은 지역 세무사들은 개업한 지 채 3년이 되지 않았던 그를 이천세무사협의회장으로 천거하게끔 만들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정중히 고사한 채 세무사는 이후에도 끊임없는 동료 세무사들의 설득에 못이겨 2003년 7월 지역세무사협의회장직을 받아들였고 2년간 봉사했다.

협의회장 시절 지역 세무사들과 십시일반 힘을 모아 불우이웃돕기 등 봉사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했고 개인적으로는 지역의 장애인 유망 운동선수를 남몰래 지원하기도 했다고 한다.

연고가 전혀 없던 이천에서 성공을 이뤄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채 세무사는 내년부터 매월 100만원 이상을 사회에 환원, 이천지역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이천시 사회복지과에 의뢰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계획이다.

채 세무사의 사무실에는 지난 10년 동안 세무사로 활동해 오면서 받은 크고 작은 표창들이 액자에 담겨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옛 것을 본 받아 항상 새로운 마음을 가다듬기 위한 일종의 심리트레이닝의 의미라고 채 세무사는 전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채 세무사가 세무사로서 크고 작은 족적을 남겼다. 10년 전 세무사 개업 초기의 넘쳐나던 혈기는 사라졌지만, 지나온 세월의 무게와 경험은 그의 정신과 육체에 고스란히 축적, 한층 성숙한 '세무사 채종일'로 거듭나게 만들어줬다.

"세법질서 확립을 위해 세무조사는 강하게 하더라도 영세납세자들이 억울하다며 제기하는 불복청구에 대해서는 국고주의적 해석보다는 납세자편에서 해석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납세자들의 세금에 대한 마인드가 긍정적으로 변해 국세행정에 대한 호응도가 더욱더 상승할 것입니다."

채종일 세무사의 소박한(?)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