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증법 개정·시행…전환사채 발행 후 기간 내 신고서 미제출시 '가산세'
납세자 "가산세 있는 줄 몰랐다"..."국세청 홍보부재 탓?"
감사원, 최근 국세청 정기감사중 가산세 문제 발견 기획감사중
최근 A기업은 지난해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에 대해 전환사채 신고서를 제출했는지 여부를 묻는 관할세무서의 연락을 받았다.
세무서의 연락이 왠지 뒷맛이 개운치 않고 걱정스러웠던 A기업이 자문회사를 통해 여러 곳을 알아본 결과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지난해부터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신고서를 법정기한 내에 세무서에 제출하지 않을 경우 미제출 발행금액의 2%가 가산세로 부과된다는 내용. 그러나 이런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던 A기업은 엄청난 금액의 가산세가 언제 부과될지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2008년 세제개편을 통해 상속증여세법을 개정해 전환사채(사모방법, 신주인수권부사채도 포함) 신고서 등 지급명세서 미제출에 대해 2%의 가산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신설, 2008년 12월 26일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관련 내용을 숙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11일 감사원과 기획재정부, 국세청에 따르면 감사원은 최근 국세청 정기감사 과정에서 상속증여세법상 전환사채 신고서 등 지급명세서 미제출에 대한 가산세 문제를 발견, 기획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전환사채를 발행했다고 공시한 기업들에 대해 조사한 후 국세청에 이 기업들이 전환사채 신고서를 제출했는지 여부를 묻는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지방국세청, 관할세무서를 통해 전환사채를 발행한 기업까지 전달된 것.
감사원은 전환사채 신고서 미제출에 대한 가산세 감사가 종료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감사의 중점내용이나 예상결과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 "국세청도 모르는(?) 가산세"= 문제는 전환사채 신고서 미제출에 대한 가산세가 부과된다는 사실을 법을 적용받은 납세자 대부분이 모르고 있었음은 물론, 세금을 징수하는 국세청조차 제대로 홍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신고서를 세무서에 제출해야 하는 규정이 생긴 것은 지난 2000년말. 그러나 미제출에 대해 가산세를 부과하는 규정은 지난 2008년 말에 처음 도입됐다.
감사원이 전환사채 신고서 미제출에 대한 가산세에 대해 관심을 갖고 감사에 착수하고 나서야 대부분 이런 내용이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는 상황. 특히 관련 납세자들은 '세금폭탄'을 맞을까 당황하는 모습이다.
만약 지난해 전환사채를 10억원을 발행하고 신고하지 않았다면 무려 2000만원의 가산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회사가 공모방법으로 발행한 전환사채 금액만 4907억원.
상증법에는 모집(50명 이상 투자자에게 증권 취득청약을 권유)방법이 아닌 방법으로 발행한 전환사채(일반적으로 '사모')에 대해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가산세를 부과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가산세 대상 전환사채 발행금액이 4907억원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규모가 비슷하다고 가정할 경우 수백억원의 가산세가 예상된다.
□ "과도한 처벌"-억울한 납세자들= 감사원의 감사조치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도 납세자들은 전환사채 신고서 미제출에 대해 가산세를 내는 것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세무서에 신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2%나 되는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벌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몇몇 기업들로부터 전환사채 신고서 미제출에 대한 가산세가 너무 과도하다는 문의가 오고 있다"며 "전환사채 발행금액을 기준으로 가산세를 내다보니 발행금액이 큰 기업들은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국세기본법상 1억원의 가산세 한도를 두는 조항에도 해당되지 않아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세청이 일반적으로 제도 등을 새롭게 도입할 경우 적극적으로 납세자에게 홍보하는 게 정석인데, 이를 제대로 홍보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예컨대 전자세금계산서 미발급에 대한 가산세는 적극 홍보한 반면, 전환사채 신고서 미제출에 대한 가산세는 금액이 더 큼에도 제대로 홍보하지 않았다는 푸념이다.
국세청은 지난해부터 처음 시행하는 '근로장려세제(EITC)'나 전자세금계산서 의무발행(2010년에서 2011년으로 연기) 등에 대한 홍보에 비하면 전환사채 신고서 등 지급명세서 미제출에 대한 가산세 홍보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것이다.
한편 국세청 관계자는 "감사원으로부터 공식적으로 통보를 받은 사실은 없다"면서도 "전환사채 발행이 공모인지 사모인지 여부가 불분명해 신고서 제출의무가 발생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문제는 있었다"고 해명했다.
□ "가혹하지만"…구제조치 가능할까?= 재정부는 2008년 세법을 개정해 상증법에 지급명세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허위로 제출할 경우 2%의 가산세(법정기한 경과 후 1개월 이내 제출시 1% 가산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제78조 제12항, 제13항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전환사채 신고서를 발행일이 속하는 분기 종료일의 다음달 말일까지 관할 세무서에 제출하지 않을 경우 전환사채 발행금액의 2%가 법인세에 가산돼 징수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소득세법, 법인세법에도 지급명세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가산세가 부과되고 있어 상증법에도 가산세를 도입한 것"이라며 "특히 상증법은 부자세목이다 보니까 전환사채 발행 등으로 소득탈루를 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 회계사는 "행정부의 편의를 위해 전환사채 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한 것에 불과하고, 전환사채 발행은 단순히 자금조달을 위한 것인데, 발행금액의 2%로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너무 심한 규제"라며 "오히려 가산세 부과에 대한 구제조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세금 포탈을 막기 위해서는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시점보다 행사하는 시점에 신고서를 제출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에서는 다른 지급명세서 미제출에 대한 가산세는 별 탈이 없었는데, 유독 전환사채 미제출 가산세만 문제삼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지 않느냐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관련 법 조항이 이미 개정돼 시행되고 있는 마당에 국세청의 홍보부재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는 설명. 사실상 별다른 해법이 없기 때문에 관련 납세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