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자국 경제 성장의 핵심 파트너인 석유업계와 '세금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석유업계가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석유산업 관련 세수를 늘리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반발하면서 러시아 고도 성장기때 밀월관계였던 양측이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러시아 재무부가 내년도 예산에 60억달러를 더 충당할 목적으로 석유추출세 인상을 추진하자 러시아 에너지 업계는 생산량 감축 가능성을 경고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이미 지난달 러시아 정부는 동시베리아 에서 생산된 원유에 대한 수출세 면제기간을 끝내고 수출관세 45%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터였다.
러시아 국영석유업체인 로즈네프트의 페테르 오브라이언 부회장은 "우리는 확실성이 더 담보되지 않으면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며 세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자국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영국계인 BP와 러시아 석유 재벌 컨소시엄간의 합작회사인 TNK-BP의 재무 책임자인 조나단 무이어는 "우리는 향후 10년간 300억달러를 투자할 준비를 하고 있지만 세금 시스템이 어찌 될지 알 수 없게 되면 (투자에 대해) 의문점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아울러 석유업계는 현재 매출액을 기준으로 매기는 석유 관련 세제를 2012년까지 순익 기준으로 변경토록 하는데 대 정부 로비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2003년 매출액 기준 세제가 도입됐을 때에 비해 유전개발 비용이 급상승했기 때문에 순익 기준으로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요구다.
이와 함께 FT는 러시아 정부와 석유업계의 갈등이 에너지 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IT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산업 다각화를 해보려는 러시아 정부의 계획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정부는 1990년대 석유업계에 엄청난 혜택을 제공해가며 에너지 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았지만 이제는 석유업계가 누려온 폭리를 거둬들여 타 산업에 분배하는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