썼다가 지우고 썼다가 찢어버리면 온 방안이 그대의 향기에 젖는다 저 많고 많은 별들 중에서,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왜 그대만이 내 안에서 푸르른가 나 이제 사랑하지 않으리 사랑할수록 못 만나서 괴로우니 미워할수록 밤을 지새우니'
1997년 '빈손으로 떠난 여행'으로 등단한 박정원 시인(국세청문우회장, 국세청 인사계 차석)의 4번째 시집 '내 마음속에 한 사람이'(자음과모음) 25일 출간됐다.
'국세청 서정시인'으로 통하는 그의 4번째 시집의 주제는 남녀간의 사랑이다.
"사랑의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을 위해 이 시집을 썼다"고 그가 말했듯이 그의 시집에는 이 시집 전체의 상징 체계로 설정돼 있는 '나-너'의 관계를 통해 이 시대의 진정한 사랑에 대해 열망하고 고뇌하는 그의 모습이 담겨 있다.
'슬퍼 마라/네가 우는 걸 알면/앞 못 보는 어머니가/얼마나 보고 싶어하시겠니...'('웨딩드레스' 중에서)
실제로 그에게는 앞 못 보는 어머니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집 여기저기에서 실감나는 '애절함'을 느끼게 하는 것은 그가 가진 '시인은 세상의 누구도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박정원씨는 "시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나'는 실제로 내가 아니더라도 시를 쓰는 동안에는 철저히 '나'가 됩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국세청 인사계에서 근무하는 그가 시인으로 거듭나는 시간은 '새벽'이다. "저녁 늦게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피곤해서 좋은 생각이 나지 않지요. 그래서 조용한 새벽을 이용해 시를 쓰고 있습니다" 그의 시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어쩌다 생각나면 전화를 하는 그런 사람으로 남기는 싫습니다/한가할 때 생각나는 그런 사람이기는 더욱 싫습니다/누르기만 하면 그대를 순종하며 송신음을 보내는 말없고 착한 버튼처럼/전혀 궁금해하지 않아도 될 그대의 손가락이 되고 싶습니다'('전화1' 중에서)
그의 '새벽을 모은' 4번째 시집 중에서 '전화1·2·3·4'라는 시는 쓰는 동안 자신도 즐거움을 느꼈던 시였다고 귀띔했다.
그는 "처음 시집을 출간할 당시 집안 구석구석에 놓아둔 습작시를 하나로 묶어 제법 두툼한 시집을 출간했지만 앞으로는 '자아'에 대한 물음과 구원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시를 통해 국세 공무원의 메마른 감성을 촉촉이 적셔줄 수 있는 '윤활유'가 되었으면 한다"며 자신의 소박한 희망을 표현했다.
박정원 시인은 1997년 시 전문지 '시문학'에 '빈손으로 떠난 여행' 등의 작품으로 신인상을 받아 문단에 등단했다. 이 후 그는 메말라가는 현대인의 가슴에 단비를 뿌리는 듯한 맑고 투명한 시를 왕성하게 쓰면서 '세상은 아름답다'(1집), '그리워하는 사람은 외롭다'(2집), '꽃은 피다'(3집) 등의 시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박정원 詩 맛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