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단죄냐, 최고위층간 권력다툼이냐' 논란에 빠진 신한금융지주가 격랑의 한 주를 맞게 됐다.
신한금융지주가 배임 및 횡령혐의로 신한은행으로부터 고소된 신상훈 사장을 해임하기 위한 이사회를 개최할 방침인 가운데 검찰의 수사도 본격화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신한금융지주측과 신 사장측에선 이사회 개최 및 해임안 표결을 둘러싸고 세대결과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고,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직원들의 동요도 감지되는 등 신한금융의 앞날에 먹구름이 잔뜩 몰려들고 있다.
◇이사회 개최 놓고 갈등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이르면 이번주 중 이사회를 개최키로 하고 조만간 국내외 사외이사들에게 일정을 통보할 예정이다.
이사회에서는 신 사장 해임 안 상정 여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은 신 사장이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신한은행으로부터 고소돼 정상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없다고 보고 사장직 공백에 따른 업무 누수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이사회를 열어 신 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직에서 해임하기로 했다.
이사회 개최를 위해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지난 3일 일본을 방문해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에게 신 사장 고소와 이사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재일교포들이 보유한 신한금융의 지분은 10%대 수준이지만, 이사회 구성원 12명 중 3분의 1인 4명이 포진해 있는데다 신한은행 창립한 공로가 있기 때문에 주요 사안 결정에 영향력이 크다.
특히 신 사장 해임 건은 이사회 멤버 12명 가운데 과반수 참석과 참석자의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되기 때문에 국내 이사진 6명만으로는 이사회 소집 자체가 어려우며 원활한 처리를 위해선 재일교포 이사들의 도움이 불가피하다.
신한은행 소식통들에 따르면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은 신 사장 고소 건 등을 미리 얘기해주지 않은 점 등에 대해 상당히 서운해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행장은 일본에서 이들 사외이사를 만나 부득이하게 신 사장 고소 결정을 사전에 알리지 못했음을 설명하고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의 이해와 협력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은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에게 조사 대상자인 신 사장도 이사회 구성원이어서 내부 조사 상황 등을 미리 사외이사들에게 통보하지 못했으며, 검찰의 내사가 이미 시작된 단계여서 압수수색 등으로 더 큰 타격을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뇌 끝에' 고소했다고 설명하며 이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신 사장 측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결백을 주장하며 자신을 해임하기 위한 이사회 소집은 부당하다며 버티고 있고 노동조합도 이에 동조하고 있어 이사회 날짜조차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신 사장측에서는 이번 주 이사회가 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주말 일본 내 사외이사를 포함해 재일교포 주주 10여 명이 모여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필요시 이사회를 개최하기로 결의했다는 게 신 사장측의 설명이다. 재일교포 주주들은 6일에도 일본에서 대책 회의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조합도 이사회 개최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이사회가 강행될 경우 노사 갈등이 초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국환 노조위원장은 "은행 측이 신 사장을 검찰에 고소하면서 권력 다툼으로 비쳐 신뢰도가 하락하는 것보다 검찰 조사가 이뤄지기 전까지 기다렸어야 했다"며 "이사회를 강행하면 실력행사를 통해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 어떻게 진행될지 촉각
이사회 개최 문제와 별개로 검찰의 수사가 이번 주에 본격화될 예정이어서 신한금융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검찰은 신한은행이 신 사장을 고소한 이튿날인 3일 금융조세조사3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일반적인 고소사건의 경우 형사부에 배당되는 게 관례지만 전임 은행장이 연루된 거액의 배심과 횡령 의혹사건인 만큼 금융사건 수사 전문조직에 배당했다는 후문이다.
검찰은 우선 신 신사장의 배임 의혹과 관련, 수년간 계속 적자를 낸 종합레저업체 금강산랜드 등 3개 업체에 신한은행이 950억원을 대출해 준 경위와 해당 업체가 대출받은 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금강산랜드는 2005년부터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 가운데 200억원 이상을 대표이사 등에게 다시 빌려준 것으로 알려져 횡령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또 신한금융 창업자인 이희건 명예회장에게 고문료가 제대로 지급됐는지, 돈을 빼돌렸다면 누가 개입했고, 그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등을 살펴볼 것으로 예측된다.
검찰 수사와 관련, 신 사장을 고소한 신한은행측은 법률전문가의 충분한 검토를 거쳤기 때문에 고소한 내용대로 검찰이 의혹을 밝혀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작년 11월 횡령 등에 대한 제보를 받은 신한금융지주 최고경영진의 지시에 따라 조사를 진행하다 조사가 미진하자 지난 7월 여신담당 부장을 교체한 뒤 경영감사부와 함께 본격적인 조사를 실시해 3개사 대출 관련한 서류와 전표 등 6개 박스 분량의 자료와 고문료 입금 통장 개설과 해지, 자금 인출 등 관련 전표를 확보했기 때문에 수사에서 모든 의혹이 입증될 것이라는 것.
신한은행 직원들은 의혹의 중심에 선 금강산랜드와 금강산랜드의 자회사 투모로그룹고 관련한 대출 업무 등을 하면서 대출 지시자의 이름과 경위가 적힌 상세한 문건을 작성했던 것으로 전해져 직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소환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신 사장측은 수년 전에 여신심사위원회의 충분한 사업성 검토를 거쳐 이뤄진 대출이 부실해졌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찬성한 임원들에게 배임 혐의를 씌워서는 안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도 검사 때 주주 대여금 관리 등 경영 유의 사항은 지적했지만, 대출 취급이 부당하지는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게 신 사장의 설명이다.
신 사장은 "호적등본을 떼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금강산랜드 사장은 친인척이 아니며 교회에서 알게 된 사이일 뿐"이라며 "기업들에 친절하라는 정책적 얘기는 하더라도 특정 업체를 잘 봐주라는 얘기는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계속 정상 출근할 것"이라며 "이사회가 열리면 참석해서 소명을 하고 다른 분 의견도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사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소집과 검찰 수사 등으로 신한금융 분위기가 상당 기간 어수선할 것으로 보인다"며 "신속한 조사와 결론 발표, 이에 따른 대책 마련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최고 금융그룹의 명성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법률상 금융기관장은 조직 내 부당한 행위를 파악했을 때 지체없이 수사기관에 알려야 하는 의무가 있어 불가피한 조치였으며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권력암투 등과 무관하다"며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사외이사들과 주주, 직원들에게 설명하고 있기에 현명한 신한금융그룹의 조직원들이 진정성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